지난 55년간 한반도 영공을 지켜온 F-4 팬텀(유령) 전투기가 7일 마지막 비행을 끝으로 퇴역했다.

공군은 이날 경기도 수원에 있는 제10전투비행단에서 F-4 팬텀 퇴역식을 열었다. F-4E 2대는 이날 신원식 국방부 장관의 출격 명령에 따라 마지막 비행을 했다. 비행을 마친 F-4E 전투기가 10전비 활주로에 마련된 퇴역식장으로 들어오는 동안 팬텀의 임무를 이어받은 ‘후배 전투기’인 F-16, KF-16, FA-50, RF-16, F-15K, F-35A가 차례로 날아올라 ‘최고참 전투기’ 퇴역을 축하했다.

7일 경기도 수원의 공군 제10전투비행단에서 열린 F-4 팬텀 퇴역식에서 한 조종사가 자신이 탔던 팬텀 전투기 동체에 작별 인사말을 남기고 있다(위). 이날 마지막 비행 임무를 마친 F-4E 팬텀 전투기 앞에 명예전역장이 놓여 있는 모습(아래). /BEMIL 군사세계·사진공동취재단

마지막 비행을 마친 F-4 팬텀 조종사들은 신 장관에게 팬텀 조종간을 반납하고 임무 종료 보고를 했다. 신 장관은 팬텀 기체에 ‘전설을 넘어, 미래로!’라고 적고 팬텀에 명예전역장을 수여했다. 신 장관은 “팬텀과 함께한 지난 55년은 대한민국 승리의 역사였다”며 “자유세계의 수호자인 팬텀이 도입되자 대한민국은 단숨에 북한의 공군력을 압도했으며 이때부터 북한의 공군은 더 이상 우리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도입 당시 팬텀기는 지금의 F-35와 비견할 수 있는 미국 첨단 항공 기술의 집약체였다.

이날 팬텀 퇴역식에서는 1969년 F-4D를 처음 도입할 당시 조종사와 정비사로 복무한 이재우(89) 예비역 공군 소장과 이종옥 예비역 공군 준위가 감사장을 받았다. 이 소장은 1968년 F-4D 도입 요원으로 선발돼 미 공군기지에서 비행훈련을 받고 이듬해인 1969년 8월 미국에서 F-4D 6대를 몰고 태평양을 건너 대구 제11전투비행단 기지에 내린 조종사 중 한 명이다. 이 소장은 “당시 최신예 팬텀을 대구 기지 활주로에 안착시킨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심장이 요동친다”며 “벌써 55년이 지나 팬텀의 마지막 비행을 눈으로 보니 콧날이 시큰해진다”고 했다.

F-4 팬텀은 1969년 공군에 처음 도입된 이후 소흑산도 대간첩 작전과 미그기 귀순 유도, 구소련 핵잠수함 식별·차단, 러시아 정찰기 차단·퇴거 작전 등을 수행했다. 퇴역한 팬텀기는 전국 곳곳에 전시되거나 적의 유도탄이나 각종 탐지 장비를 교란하기 위한 디코이(유인물)로 공군 활주로 인근 등에 배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