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고정밀 무기 공급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북·러의 무기 거래가 어느 수준까지 높아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스텔스기 방공 체계인 S-400 미사일포대, 전투기 수호이 Su-35, 러시아제 극초음속 미사일 등의 무기 체계를 공급할 능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F-35A 같은 스텔스 전투기를 탐지·요격할 능력이 없는데, 이를 러시아의 S-400 도입으로 해결하고 싶을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는 S-400 레이더와 전자 장비로 스텔스기 요격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상대적으로 신형 전투기인 수호이Su-35를 북한에 공급할 경우, 한국이 절대적 우세를 갖고 있는 제공권에 타격을 입게 된다. 현재 북한은 노후화된 미그29 전투기를 중심으로 공군을 운용하고 있다.
북한은 ‘전략무기 5대 과업’ 이행을 위해 핵 추진 잠수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정찰위성 및 위성발사체, 다탄두 각개 목표 설정 재돌입 비행체(MIRV), 극초음속 미사일 관련 기술 이전도 희망하고 있다. 첨단 군사 기술 및 무기 체계 이전은 러시아가 극히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푸틴 대통령의 이날 발언으로 가능성이 어느 정도 생겼다는 평가다. 뉴욕타임스는 20일 보도에서 “김정은은 러시아로부터 첨단 핵탄두·미사일·핵잠수함·위성 기술을 이전받고자 한다”고 했다.
기술 이전 외에도 북·러의 연합 훈련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19일 북·러가 합의한 조약 2조는 “쌍방은 전략전술협동을 강화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략전술협동’은 북·러의 육·해·공 연합 훈련이 포함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해 7월 세르게이 쇼이구 당시 국방장관 방북 당시 연합 훈련을 제의하기도 했다.
군 정보 소식통은 “북·러가 연합 훈련을 한다면 양측 해·공군이 만나기 쉬운 동해 인근 해역에서 해상 훈련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기동 훈련은 물론 북한이 핵무기 투발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잠수함 ‘김군옥영웅함’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함대함 미사일 발사를 실시할 가능성도 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의 전투기·해상초계기도 동원될 수 있다. 다만 군 관계자는 “현재 북한 해군력은 구축함 한 척도 없을 정도라 의미 있는 연합 훈련이 진행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 밖에도 핵 투발 능력을 갖춘 러시아의 전투기·전폭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하거나, 동해에 러시아 핵잠수함을 전개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러시아는 지난 12일 미국 턱밑인 쿠바 아바나항에 핵 투발 능력을 갖춘 핵추진잠수함 ‘카잔’호를 전개했다.
북한은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무기 수급에 애를 먹고 있는 러시아에 122mm·152mm 포탄과 단거리 탄도미사일(KN-23·KN-24), 600mm 초대형 방사포(KN-25) 등을 건네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북한을 사실상 재래식 무기 생산 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