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살포한 오물풍선에서 발견된 수령 교시 문건. /통일부 제공

북한이 24일 밤 대남(對南) 오물 풍선 살포를 재개해 경기 북부와 서울 등지로 보냈다. 지난달 28일 첫 오물 풍선 살포 이후 다섯 번째 살포로, 지난 9일 한국군이 대북 확성기 가동을 재개한 후 보름 만이다. 합참은 이날 “적재물 낙하에 주의하고 떨어진 풍선을 발견하면 접촉하지 말고 가까운 군부대나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1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하지 말라고 한 일을 또 벌였으니 하지 않아도 될 일거리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는 담화를 발표하며 오물 풍선 살포 재개를 예고한 지 사흘 만에 실행에 나선 것이다.

이날 통일부는 북한이 그간 살포한 오물 풍선 70여 개를 수거해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오물 풍선에는 생활 쓰레기보다 일정한 크기로 절단된 폐종이와 비닐, 자투리 천 같은 쓰레기가 많았다고 한다. 풍선 살포를 위해 급조한 오물로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대원수님 교시’라고 적힌 문건 표지가 절반으로 잘려 오물에 포함돼 있었다. ‘조선로동당 총비서로 높이’라는 문구가 담긴 종잇조각도 나왔는데, 김정일·김정은 활동과 관련된 문건으로 추정된다. 북한 형법 64조 등에 따르면 수령 교시(敎示) 문건을 훼손하는 행위는 사형까지 처할 수 있는 중죄다. 통일부 관계자는 “오물 살포에 동원된 북한 주민들의 반감과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풍선으로 살포한 오물에는 여러 번 기운 양말, 천을 덧댄 장갑·티셔츠·마스크 등 북한의 궁핍한 생활을 그대로 보여주는 내용물도 있었다. 오물 내에 포함된 토양을 분석한 결과, 회충·편충·분선충 같은 기생충과 이 기생충들이 인분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사람 유전자도 발견됐다. 통일부는 “살포된 토양은 소량으로 군 등에서 수거·관리했기 때문에 토지 오염이나 감염병 우려 등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과거 한국 업체가 북한에 지원했던 넥타이·청재킷 등을 가위나 칼로 자른 듯한 천 조각도 발견됐다. ‘대한민국은 적대국’이란 김정은 교시에 따라 대북 지원 물품을 훼손해 살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당국은 보고 있다. 페트병은 상품 정보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 라벨과 병뚜껑이 제거된 상태였다. 미국 월트디즈니, 일본 산리오 같은 캐릭터를 복제해 사용한 의류와 몸에 꽉 끼는 청바지처럼 북한 당국이 반사회주의적이라며 금지한 물품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