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8일 “우리의 구체적인 대(對)우크라이나 지원 내역은 무기 거래, 군사 기술 이전, 전략물자 지원 등 러시아와 북한 간 협력의 수준과 내용을 지켜보면서 판단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보도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한·러 관계의 향배는 오롯이 러시아의 태도에 달렸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북·러가 군사동맹 수준의 조약을 체결한 것에 대응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었다.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러·북 군사협력은 한반도와 유럽의 평화와 안보에 대한 결정적인 위협이자 심각한 도전”이라며 “북한은 명백히 국제사회의 민폐(menace)”라고 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측이 결국 자신에게 남·북한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하고 필요한 존재인지 잘 판단하기 바란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대북 제재 결의안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온 러시아가 불법적인 군사 협력에 관여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계속 유엔 결의안을 어기는 것은 한·러 관계에도 명백히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북·러 군사 협력에 맞서 한·미 동맹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 동맹은 지난 70여 년 미국 내에서도 초당적인 지지 기반을 확고히 해 왔다”며 “따라서 앞으로도 굳건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자체 핵무장 또는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해서는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해법은 한·미 확장 억제 체제를 확고히 구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작년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장 억제 강화 등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채택한 것을 언급하며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제력과 대응 역량을 가일층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이날 인터뷰는 윤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DC에서 오는 10~11일 열리는 ‘2024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밤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 편으로 출국했다. 윤 대통령은 워싱턴DC에 가기 전 하와이 호놀룰루에 들러 이틀간 머물며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등을 방문한다. 윤 대통령은 오는 9월 서울에서 한국 정보기관이 주최하는 국제사이버훈련 APEX(Allied Power EXercise)에 나토 동맹국들을 초청해 한·나토 협력을 새로운 수준으로 격상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또 같은 달 서울에서 네덜란드와 함께 ‘AI(인공지능)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을 위한 고위급 회의’를 주최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