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동맹 관계를 기존 재래식 전력 중심에서 핵전력 기반으로 격상하면서 미국의 핵 자산에 한반도 임무를 전시는 물론 평시에도 배정해두기로 했다. 사실상 ‘상시 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가 서명한 ‘한미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이하 공동지침)은 북한의 핵위협에 미국의 핵자산으로 전·평시, 즉 상시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12일 밝혔다. 또 미국 핵전력이 한반도에 상시 배치되는 수준으로 미국 전략자산 전개의 빈도와 강도를 확대하고, 미 전략자산과 연계해 한미 핵·재래식 통합(CNI) 훈련을 시행한다.
국방부에 따르면 수십 쪽 분량으로 알려진 공동지침은 북핵 위협 억제와 유사시 대응을 위해 미국 핵자산에 한반도 임무가 전·평시에 배정될 것임을 확약했다. 다만 국방부는 “전략자산 운용을 공개하는 것은 적에 대한 억제 메시지를 현격히 약화한다”며 “별도로 공개하지 않더라도 상시 배치 수준으로 된다고 보면 될 것”이라며 구체적 전개 여부에 대해서는 모호성을 유지했다.
미국 핵전력 사용은 전적으로 미국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만큼 지금까지는 ‘확장억제 제공’이라는 큰 틀의 약속 아래서 전략자산 전개 등을 미측이 결정하고 임박해서 한국에 통보해주는 식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특정 한반도 상황에서 미국의 어떤 핵 자산을 어떻게 운용한다는 내용을 미리 설정해두고 해당 자산 전개를 한미가 지속 협의해 나갈 계획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존에는 미국이 시간이 임박해서 (전략자산 전개를) 통보하고 협의해왔는데 이제는 평시부터 24시간 공유하면서 전략자산 전개 필요성을 논의한다는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한미는 이와 함께 핵·재래식 통합 방안과 핵 협의 절차를 적용한 범정부 및 국방·군사 차원의 도상 훈련을 연례적으로 시행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이 가할 수 있는 다양한 핵 위협 및 사용 시나리오를 고려해서 연합 훈련과 연습의 내용을 가다듬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작전계획의 형태를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지속 검토하면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한반도 유사시를 상정한 한미 연합 작전계획에 미국의 핵전력, 한미 핵·재래식 통합까지 반영한 새로운 작전계획이 도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국방부 관계자는 “작계 관련 내용은 큰 로드맵 차원에서 시간을 갖고 봐야 한다”고 했다.
한미는 또 북핵 위기 시 핵 관련 민감한 정보와 핵·재래식 통합에 필요한 정보의 공유를 확대하기로 했다. 한미 정상 간 즉각적인 협의를 보장할 수 있는 절차와 체계를 정립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한 보안 통신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국방부는 “기존 미국 확장억제 공약이 북핵 ‘억제’에 중점을 둔 선언적 수준이었다면, 공동지침을 통해 최초로 북핵 ‘대응’까지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