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대공무기./방위사업청

우리 군이 연내 세계 최초로 레이저 대공 무기를 실전 배치한다고 11일 방위사업청이 밝혔다. ‘스타워즈’ 같은 SF 영화처럼 레이저 광선을 무기로 사용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레이저 무기가 1회 발사 비용이 2000원꼴로 ‘가성비’가 좋은 데다, 소형 무인기나 오물 풍선을 격추할 수 있는 화력을 가지고 있어 향후 북한 도발에 대한 군 대응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방사청은 이날 ‘한국형 스타워즈 프로젝트’ 첫 번째 사업인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 원(Block-Ⅰ)의 양산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 대공 무기는 사거리가 2~3㎞로 알려졌는데 북한이 운용하는 멀티콥터 등 소형 무인기와 오물 풍선을 정밀 타격하기에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레이저 대공 무기는 기존 무기 체계와 달리 실탄이 아닌 전기 에너지를 활용한다. 군사 레이더 등 감시 자산을 통해 적 표적을 탐지하면 레이저 대공 무기에 장착된 표적위치 확인 장치를 통해 확인·조준하고 이후 레이저를 발사해 빛의 속도로 열을 전달한다. 조용진 방사청 대변인은 이날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무인기 1대당 10~20초 정도 레이저(출력 20kW)를 쏘아 열에너지를 700도 이상으로 높여서 안에 있는 배터리·엔진·전자장비를 과열시켜 격추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그래픽=양인성

실제로 방사청이 이날 공개한 레이저 대공 무기 활용 무인기 격추 장면을 보면 무인기 엔진에 불이 붙어 격추되는 장면이 나타났다. 이 레이저 대공 무기는 지난해 4월 시험 평가에서 3㎞ 밖의 무인기 30대를 향해 레이저를 30회 발사하고 모두 맞혀 명중률 100%가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에서와 달리 레이저는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보면 붉은 빛 줄기가 목표물을 향해 일직선으로 뻗어나가 목표물을 격추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전기만 공급받으면 운용이 가능해 1회 발사 시 드는 비용은 약 2000원으로 기존 방공 무기 체계 대비 운용비가 저렴하다. 또 실탄을 쓰지 않아 낙탄 우려가 없어 DMZ 상공, 도심 등에서도 사용이 수월하다. 북한 오물 풍선 도발 등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기 체계 개발 과정에서 오물 풍선을 상대로 한 타격 능력은 검증되지 않았지만 700도까지 타격 지점 온도를 올릴 수 있는 만큼 격추가 가능하다는 군사 전문가 견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무인기나 오물 풍선을 잡는데 아주 효율적인 무기 체계”라고 했다. 북한이 최근 들어 2400개가 넘는 대남 오물 풍선을 쐈지만, 우리 군은 군사분계선 너머 북한 측에 낙탄이 떨어질 가능성과, 대공 무기 발사 시 비용 문제를 고려해 선제적으로 격추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은 “현재는 출력이 낮아 소형 무인기가 대상이지만, 앞으로 출력을 키우면 항공기나 탄도미사일에도 대응할 수 있게 된다”며 “출력과 사거리가 더욱 향상된 레이저 대공 무기 블록 투(Block-Ⅱ) 체계 개발을 진행하고 있고 이와 함께 레이저 발진기 출력을 더 높이는 기술 개발도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레이저 대공 무기는 2019년 8월부터 예산 871억원이 투입돼 국방과학연구소가 체계 개발을 주관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시제 기업으로 참여했다. 지난해 4월 전투용 적합 판정이 내려졌고 지난달 방사청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약 1000억원 규모의 양산 계약을 체결했다. 연내 수 대가 군에 인도돼 운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군 소식통은 전방 부대부터 고정형 레이저 대공 무기 포대를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국에서 레이저 무기 기술을 개발 중인 사례는 많지만, 정식으로 군에 실전 배치하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라고 방사청은 전했다. 앞서 영국이 고출력 레이저 무기 ‘드래건 파이어’ 사격 시험 성공 영상 등을 공개했지만, 실전 배치는 수년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