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서울 시내에서 만난 망명 외교관 리일규씨가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올라가는 보고서를 여러 건 직접 썼던 엘리트 외교관은 왜 북한 체제를 포기했을까.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11월 망명한 리일규(52) 전 참사는 14일 본지 인터뷰에서 “허황된 명분으로 핵·미사일 개발에 수억만금을 탕진하고 2500만 국민을 현대판 노예로 전락시킨 김정은 체제를 더 견딜 수 없었다”고 했다.

리 전 참사는 “초기에는 핵·미사일 시험 성공 발표가 나면 긍지 같은 것을 느꼈다”며 “그것도 한두 번이지 당장 먹을 걱정, 자식 공부시킬 걱정인 주민들이 오로지 핵·미사일에만 정신 팔린 지도부에 반감이 안 들겠나”라고 했다.

리 전 참사는 “북한 외무성 사람들은 ‘넥타이를 맨 꽃제비(거지)’”라며 “외무성에서 내 월급이 0.3달러 정도였다”고 말했다. 또 “(배급 등이 없는) 해외근무 때는 좀 더 주지만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며 “쿠바 참사 때 월급으로 500달러(약 69만원)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외교행낭을 이용해 불법 시가 담배 장사를 해서 부족한 돈을 보충했다”고도 했다.

리 전 참사는 “통일이 된다면 북한에 선진 문화나 과학기술을 도입해 주고 싶다. 암흑의 땅에 광명을 줄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는지 생각해 보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