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살포한 오물 풍선 1개가 2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경내에 떨어졌다. 대통령실 청사 인근에 오물 풍선이 떨어진 적은 있지만 경내에서 낙하물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북한 오물 풍선에 담긴 쓰레기는 대통령실 옆 국방부 건물 외부, 용산동 2가 주한미군 기지에서도 발견됐다. 김포공항에서는 풍선으로 한때 항공기 이착륙에 차질이 빚어졌다.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는 올해 5월 28일 첫 살포를 시작으로 이번이 10번째다.
대통령실은 이날 “용산 청사 일대에서 낙하 쓰레기를 발견했다”며 “위험성 및 오염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수거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과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용산 일대로 침투한 북한 오물 풍선 동향을 실시간으로 추적했다고 밝혔다. 다만 어떤 물질이 들었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풍선을 쏘아 떨어뜨릴 경우 오히려 피해가 커질 수 있어 격추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국가보안시설에 적이 날려 보낸 풍선이 떨어지기까지 사실상 손을 쓰지 못했다는 점에서 안보 구멍 우려도 제기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조치 및 대응 방안과 관련해서는 관계기관에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DMZ 일대에서 북한 오물 풍선을 왜 격추하지 않았냐고 하지만, 군 관계자는 “풍선 때문에 한 발에 수천만원 이상인 유도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가성비’가 떨어지고, 북측으로 낙탄 발생 시 정전협정 위반 소지도 있다”고 했다.
오물 풍선이 대통령실로 떨어지면서 지난해 무인기 침투 사태가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1월 침투한 북한 무인기 1대는 용산 대통령실 3㎞ 거리 상공까지 침투했다. 당시 이 무인기는 대통령실과 국방부 청사를 중심으로 반경 3.7㎞에 해당하는 비행금지구역(P-73)에 들어왔었다.
이날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최근 양산에 착수한 국산 레이저 대공 무기를 용산 대통령실 인근 방공부대에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은 올해 초 레이저 대공 무기를 배치하기 위한 방공시설 설계 용역을 맡겼는데 현재 마무리 단계라고 한다. 소형 무인기를 격추할 목적으로 개발된 레이저 대공 무기는 레이저를 쏘아 700도 이상의 고열로 적 무인기 엔진 등을 파괴해 무력화하는 방식이다. 실탄을 쓰지 않아 낙탄 피해 우려가 없어 도심 지역에서도 활용이 수월하다는 평가다. 과거 북한 무인기 침투 사건이 있었던 만큼 이에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들어 북한 오물 풍선 도발이 이어지면서 오물 풍선 격추에도 이를 사용할 수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호처는 이 밖에도 전파 교란을 통해 적 무인기를 무력화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