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부가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앞서 일본 아사히신문은 양국 정부가 ‘조선인 노동자 역사'를 사도광산 현지에서 전시하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고 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심의위원회를 27일 통과해 ‘등재’ 결정이 내려질 전망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어려운 과정 끝에 가까스로 한·일 합의가 막판에 다다랐다”며 “앞으로 24시간 안에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내일 인도 뉴델리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투표 대결 없이 사도광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한국이 등재에 동의한 이유에 대해 “첫째로 일본이 ‘전체 역사'를 반영하겠다고 약속했고, 둘째로 이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이미 취했다”며 “(조선인 강제노역 역사를 어떻게 반영할지) 이행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합의하고 실질적인 조치를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2015년 ‘군함도’ 등 일본 근대산업 시설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을 때 일본은 전체 역사를 반영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추후 그 약속이 잘 이행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번에는 사전에 모종의 조치를 취한 뒤, 이를 전제로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동의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외교부가 이런 결정을 내린 데는 한·일 교섭에서 일본 측이 강제노역 역사를 반영하는 데 동의한 점과 함께 세계문화유산 심의위원회의 분위기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심의위원회는 대부분의 위원국이 자국 유산의 등재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간의 이견을 표결에 부치기보다 교섭과 타협을 통해 표결 없이 합의(consensus)로 결론을 도출하는 쪽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이 끝까지 사도광산 등재에 반대하면 장시간 토론 후 표결을 해야 한다. 표결에서 위원국 3분의2 이상이 찬성하면 등재가 이뤄지고, 우리가 등재를 막으려면 3분의1 이상 반대를 얻어야 한다. 일본이 유네스코에 많은 자금을 지원하는 주요 기여국 중 하나란 점을 고려할 때 외교적 부담이 상당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