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6일 아세안(ASEAN) 관련 외교장관회의가 열리고 있는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40분 간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했다. 지난 5월 13일 조 장관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외교장관 회담을 한 지 2개월여 만의 일이다.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북 이후로는 처음 열린 이날 회담에서 우리 측은 북한이 복합 도발을 지속하는 가운데 러시아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하고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데 엄중한 우려를 표명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국 측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했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 변함이 없다며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해나갈 것을 재확인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양측은 또 5월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이후 한·중 양국 간 고위급 교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을 평가하고,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리창 중국 총리를 만났고, 지난 24일 김홍균 외교부 1차관도 서울을 찾은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과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했다.
이날 회담에서 왕 부장은 “한·중이 그간의 고위급 교류를 통해 외교·안보 분야에서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고 있음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중·한은 이사할 수 없는 가까운 이웃으로 상호 이해하고 지지하는 올바른 이웃의 함께 사는 도리(相處之道)를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과 한국은 수교할 때의 초심을 견지하고 서로 좋은 이웃, 동반자가 돼야 한다. 중·한 관계를 긍정적, 안정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며 “양측은 구동존이하며 상호 신뢰 증진에 유리한 일을 많이 하고 외부 요소의 방해와 충격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외부 요소’란 표현을 써서 한·미, 한·미·일 관계가 한·중 관계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고 볼 수 있다.
조 장관은 “6월 24일 화성시 배터리 사고로 중국인 희생자가 발생한 데 대해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사후 수습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도 소홀함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한·중 관계가 소통과 협력의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선 것으로 느끼고 있다. 부장님과 지난 대화가 얽혀있던 한·중 관계의 실타래를 푸는 중요한 첫 걸음이 될 것 같아서 뜻 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어 “최근 북한의 복합적 도발과 러·북 밀착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한·중) 양국 간 전략적 소통 강화가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며 “오늘도 건설적 대화를 기대한다. 양측이 함께 노력해서 지금과 같은 모멘텀 이어가면서 신뢰를 쌓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