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중 추락하는 전투기를 몰아 적 포병 진지와 함께 산화한 고(故) 찰스 J 로링 주니어(1918~1952) 미국 공군 소령이 최고 등급인 태극무공훈장을 추서받는다. 그가 목숨 바쳐 한국을 수호한 지 72년 만이다.
국가보훈부는 6·25 정전협정 71주년을 맞아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헌신한 유엔 참전 용사의 공헌을 기리는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식’을 27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진행한다. 기념식에선 참전 용사들과 이들의 명예 선양과 동맹 강화에 이바지한 8명에게 정부 포상을 수여한다.
로링 소령은 1952년 11월 22일 전투기 F80 편대를 이끌고 적 포병 진지 폭격 임무 수행 중 적탄에 수차례 맞았다. 이 때문에 폭격 임무 수행이 어려워지자 그는 약 1200m 상공에서 급강하해 적 포병 진지를 파괴하고 목숨을 잃었다. 보훈부는 이번에 대한민국 최고 무공훈장인 태극무공훈장을 그에게 추서하기로 했다. 앞서 미국은 1953년 그에게 최고 등급 무공훈장인 ‘명예 훈장’을 추서했다.
6·25전쟁에서 다리와 팔 일부를 잃고도 수술 후 복귀해 현역으로 참전한 고(故) 윌리엄 어니스트 웨버(1925~2022) 육군 대령에게는 을지무공훈장을 추서한다. 그는 2022년 6·25전쟁 전사자 명단을 새긴 미국 워싱턴 DC ‘추모의 벽’ 건립에도 힘썼다. ‘작은 호랑이 대대’라고 한 태국군을 지휘하며 1951년 춘천 진격전에서 승리한 고(故) 끄리앙끄라이 아따난(1913~1972) 태국 육군 중령, 서울 수복전에서 활약해 미 동성훈장을 받은 멕시코 출신 알베르토 헤수스 페르난데스 알마다(94) 미 육군 하사는 충무무공훈장을 받는다.
윌리엄 로버트 블랙(90) 캐나다 한국전쟁참전용사협회 오타와 지회장은 최근 40년 가까이 캐나다 정계와 지역사회에 6·25전쟁을 알리면서 참전 용사들의 명예와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한 공로로 국민포장을 수여받는다. 미 오리건주 6·25전쟁 참전비를 건립한 찰스 앨런 루살디(92) 오리건 한국전참전용사회장,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미국에서 6·25전쟁의 의미를 알려온 제러드 조너스(93)씨 등 두 참전 용사에게는 대통령표창을 수여한다.
이건수(82·한미동맹재단 명예이사장) 동아일렉콤 회장은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는다. 이 회장은 6·25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참전 용사 3만6591명의 이름을 새긴 미국 LA ‘참전 용사 기념비’ 설립을 위해 5만달러(약 7000만원)를 기부했고, 미국 텍사스 한국전 참전 기념 동상 건립 및 제막식을 위해서도 2만달러를 내는 등 한미 양국 우호 증진을 위해 힘써 왔다. 한미동맹재단 앞으로 5억5000만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6·25전쟁을 겪으며 자란 이 회장은 1964년 ROTC 2기로 임관해 최전방에서 소대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무역업으로 성공한 후 고국으로 돌아와 1986년 당시 부도 직전이었던 동아전기를 인수해 동아일렉콤을 창업했다. 이 회장은 “오늘날 우리의 풍요는 유엔 참전 용사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당신들의 희생으로 우리가 발전했고 자유를 누리고 산다고 감사를 표했을 뿐”이라고 했다.
‘함께, 모두의 미래’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기념식에는 19국에서 방한한 유엔 참전 용사 및 유가족을 비롯해 6·25 참전 유공자, 참전국 주한 외교 사절, 학생 등이 참석한다. 이날 행사에 참석할 6·25 참전 유엔군 생존 용사 16명에게는 특별 선물로 지팡이 ‘청려장’을 전달한다.
강정애 보훈부 장관은 “유엔 참전 22국과 198만 용사들의 희생과 공헌 위에 오늘의 번영한 자유 대한민국이 서 있는 것”이라며 “정부는 그 숭고한 정신과 역사를 기억·계승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