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0일 오후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19.6.30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각각 ‘대화’를 암시하는 발언을 하면서, 올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미·북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5일 공개된 한 인플루언서와의 인터뷰에서 각국 지도자에 대해 평가하면서 “김정은은 절대적인 지도자다. 나는 그와 아주 잘 지냈다”고 했다. 대선에서 승리하면 북한과 정상 외교를 재개할 수 있단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김정은이 “매우 영리하다”며 “나는 그에게 ‘대단한 부동산을 가졌다. 해변가에 멋진 콘도를 지을 수 있다’고 했다”고도 말했다. 트럼프는 또 “김정은이 (민주당 대선 후보인) 해리스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해리스를 모르고 바이든(미 대통령)은 매우 멍청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같은 날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전날 평양에서 신형 전술 탄도미사일 발사대 250대를 국경 제1선 부대들에 인도하는 행사를 하면서 “대화도 대결도 우리의 선택으로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대화를 하든 대결을 하든 강력한 군사력 보유는 주권국가가 한시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대결에 방점을 찍으면서도 미국과의 ‘대화’를 수면 위로 띄운 것이다.

과거에도 북한은 미국 대선이 있는 해에 도발 수위를 높인 뒤, 이듬해 새로 출범한 미국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카드’로 사용하곤 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귀순한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 정치참사는 최근 로이터, BBC 등과 한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북한에 있어서는 천재일우와 같은 기회”라며 김정은이 트럼프의 재선과 협상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올 들어 북한이 군사 정찰 위성 발사에 매진한 것 등을 두고 “트럼프와의 미래 협상을 염두에 둔 김정은의 포석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 본토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장거리 위성 발사를 잠정 중단하는 대가로 대북 제재 완화와 사실상의 핵 보유 인정 등을 얻어내려고 신기술 개발에 전념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