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신분을 위장해 첩보 활동을 벌이는 ‘블랙 요원’의 신상 정보 등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가 8일 군검찰로 넘겨졌다. 사건을 수사한 국군방첩사령부는 “A씨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과 함께 군형법상 일반 이적 및 간첩죄 위반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고 이날 밝혔다.

군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며 최대 사형이 가능하다. 적은 북한을 뜻하기 때문에, 간첩죄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는 것은 수사 과정에서 북한과의 연계가 포착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법조계에서는 북한에 정보를 넘긴다는 것을 인지한 상태였다는 확증이 있어야 간첩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 6월 정보 당국이 기밀 유출 정황을 포착하면서 군은 A씨 조사에 나섰다. 정보사 내부 컴퓨터에 있던 보안 자료가 A씨의 개인 노트북에 파일 형태로 담겨 있었고 이것이 중국인에게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기밀을 개인 노트북으로 옮기는 행위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이다.

정보사는 최근 군무원 기밀 유출 사건과 서열 1·2위인 정보사령관(소장)과 여단장(준장)의 고소·고발전으로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신원식 국방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 전체 회의에서 “‘블랙 요원’ 기밀 누출과 정보사 고위 장성끼리의 볼썽사나운 모습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전반적인 혁신 등 후속 조치는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했다. 국방부는 정보사 조직 개편 및 업무와 관련해 개선점을 종합 검토하고 있다.

국방위 전체 회의에서는 질타가 이어졌다.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은 2018년 정보사 공작팀장의 군사기밀 누출 사건이 수년의 준비 작업을 거쳐 발생했다며 이번 사건도 비슷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 장관은 “그럴 가능성을 가지고 수사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제보받기로 작년에도 이런 사례(내부자의 기밀 유출)가 있었는데, 전(前) 여단장이 덮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신 장관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