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광복회장이 지난 6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열린 광복회 학술원 개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광복회가 정부의 독립기념관장 인사 등에 반발하며 오는 15일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독립 운동가와 후손·유족들로 구성된 광복회는 1965년 창립 이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광복절 행사에 참석해 왔다.

이종찬(88) 광복회장은 10일 청년헤리티지아카데미 특강 인사말에서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가보훈부에서 (광복절) 행사에 참석하라는 회유가 왔으나 거절했다”며 오는 14일 대통령의 독립 유공 단체 초청 오찬과 15일 광복절 경축식에 나갈 뜻이 없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정부가 근본적으로 1948년 건국절을 추구하려는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광복회는 광복절 행사에 나갈 수 없다”고 했다. 광복회는 정부가 ‘광복은 1945년 8월 15일에 된 것이 아니다’라는 발언을 한 김형석 고신대 교수를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한 것이 ‘1948년 건국절’을 추진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11일 “정부는 건국절을 제정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며 “김형석 관장도 조만간 이 같은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광복회가 자신들이 독립기념관장으로 밀던 인사가 탈락하자 김형석 관장의 사상을 트집 잡는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독립기념관장은 정상적인 추천 과정을 거쳐 1위 후보를 임명한 것”이라고 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독립운동가 이회영 선생의 손자로, 윤석열 대통령의 죽마고우인 이철우 연세대 교수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 한국학중앙연구원 인사 등을 놓고 줄곧 정부와 충돌했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정부를 비판하는 기념사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광복회의 경축식 불참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옮겨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김형석 관장 임명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불참할 것”이라고 했고, 조국혁신당·진보당·새로운미래·사회민주당은 불참을 확정했다. 국민의힘은 “국민 통합의 정신을 이어가야 할 귀한 날에 정쟁과 분열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