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내로 한국에 약 800명을 파병하라.”
지난달 말, 미국 텍사스주(州) 포트블리스에 있던 미 육군 제1기갑사단 제1기갑여단전투단에 갑작스러운 명령이 떨어졌다.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한 것을 가정하고 즉각 병력을 소집하고 장비를 점검한 후 파병을 실행하라는 명령이었다.
한반도 전시(戰時)를 가정하고 한국 방어를 위해 신속히 병력을 파병하는 ‘태평양 불굴의 용기(Operation Pacific Fortitude)’ 작전 훈련이 불시에 시작된 것이다.
15일 미국의 군사전문 신문 성조지(The Stars and Stripes)의 보도에 따르면 미 육군의 대비태세를 책임지는 육군 전력사령부는 6개월 전 한국군과의 연합훈련 계획을 공지했다. 다만 미 육군 중 어느 부대가 언제 참여하게 될 것인지, 훈련 일자가 언제인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비밀에 부쳤다.
미 8군 육군 기획국장인 드니스 리틀 대령과 작전기획관 카티 루이더 대위는 성조지에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미 육군 전력사령부와 평택 캠프험프리스의 미8군에서도 일부만 ‘태평양 불굴의 용기' 작전이 전개된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것도 일부 사항만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진짜 전시와 같은 훈련을 위해 사전 공지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열흘’이란 기간이 주어졌지만 실제 파병은 훨씬 신속히 이뤄졌다. 명령 직후인 이달 1일 기갑여단전투단 인원 대부분이 개인화기를 갖추고 군용기와 민간항공기 등을 이용해 한국에 도착했다.
그렇지만 이들이 사용하는 M1A2 에이브럼스 탱크와 M109 팔라딘 자주포까지 한국에 가져올 시간은 되지 않았다. 이들은 한반도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대구 인근에 배치돼 있던 탱크와 자주포를 징발했다.
대구 부근에서 탱크와 자주포 훈련을 마친 후에는 장비를 기차에 실었다. 북한과 가까운 경기도 포천의 로드리게스 훈련장으로 이동시켜 실사격 연습을 하기 위해서였다. 9~14일 포천 승진훈련장에서는 한국 육군 제1기갑여단 진격대대와 미 1기갑사단 ‘선더볼트' 대대가 함께 하는 한미 연합 소부대 실사격 기동훈련도 이뤄졌다.
루이더 대위는 “(무슨 일이 일어나면) 여유 부릴 시간이 없다. 그래서 이런 연습을 해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 경우 ‘탱크’에 대항할 ‘탱크’를 미리 한국에 배치해 놓으면, 유사시 신속히 병력을 파병해 초기 대응을 마친 뒤 북진할 수 있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