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충남 계룡시 계룡대 비상활주로에선 약 5000평(1만6500㎡) 규모의 천막 2기 설치 작업이 한창이었다. 육군협회가 10월 초 주최하는 대한민국국제방위산업전(KADEX)을 치르기 위한 천막이었다. 계룡대 활주로 전체 면적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이 천막 설치·해체 작업은 오는 10월 말까지 계속된다.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북한 핵 공격을 가정한 시나리오에 따라 을지연습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육·해·공 3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 비상활주로는 방산 전시회 준비로 온전히 사용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진 것이다.
계룡대 비상활주로는 유사시 군 항공기와 헬기가 착륙하는 곳이다. 그런데 국방부는 육군협회가 주최하는 KADEX 진행에 필요한 천막 설치 및 철거를 위해 지난달부터 오는 10월 31일까지 넉 달간 계룡대 활주로 사용을 허가했다. 국방부는 “국지 도발이나 전면전 발생으로 비상활주로를 긴급하게 사용해야 할 경우 최단 시간 내 시설물 철거 등 대책을 강구하라”는 조건을 달아 사용을 허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측은 천막 공사 및 KADEX 기간에 공군 이착륙 등 주요 훈련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 활주로 사용을 허가했다고 한다.
육군 예비역 단체인 육군협회가 주최하는 KADEX는 10월 2~6일 닷새 동안 계룡대 활주로에서 열린다. KADEX 측은 “이번 방산전시회에 307개 기업이 참여 신청을 했고 19국에서 참석 확정 공문을 보냈다”고 했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도 이 행사를 후원한다. 육군협회 관계자는 “KADEX 기간에 육군도 계룡대 활주로 남은 공간에서 지상군 페스티벌을 연다”며 “근래에 계룡대 비상활주로에 항공기가 착륙한 적도 없는 것 같고 인근에 다른 헬기 착륙장이 있어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방산전시회 때문에 유사시에 대비한 군 비상활주로를 한 해의 3분의 1에 달하는 기간 동안 온전히 가동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란 지적이 나온다. 군의 계룡대 활주로 운영규정에 따르면 ‘수송기 및 헬기의 이착륙 및 작전활동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국방부도 이런 규정을 준수하는 조건으로 사용 허가를 내줬다. 하지만 현재 설치 중인 5000평 규모 텐트 2동은 알루미늄 레일 위에 설치하는 방식이라 신속한 철거가 어렵다고 한다. 실제로 KADEX는 10월 6일 행사 종료 후 천막 등 철거와 활주로 원상복구를 하는 데 20여 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활주로 위에 천막을 설치하는 것을 두고도 군사 전문가들은 “유사시를 감안하면 안이한 결정”이라고 했다. 지난해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ADEX(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는 군 작전 장애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활주로가 아닌 보조 활주로에서 진행했다. 천막도 보조 활주로 한복판이 아닌 인근 주기장에 설치했다. 이번 KADEX 행사와 같은 시기에, 계룡대 활주로 나머지 절반 구역에서 진행되는 육군의 지상군페스티벌(10월 2일~6일)도 천막을 활주로가 아닌 인근 공터에 설치한다. 활주로에는 이동이 가능한 육군 장비를 주로 전시해 유사시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게 했다.
육군협회가 2년마다 주최하는 방산전시회는 과거 계룡대 활주로가 아닌 경기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다. 그런데 올해는 육군협회가 행사 주관사를 바꾸면서 장소가 계룡대 활주로로 바뀌었다. 2년 전 육군협회와 방산전시회를 열었던 업체도 KADEX 행사 기간에 킨텍스에서 ‘DX KOREA’란 방산전시회를 열기 때문이다. 방산업체 관계자는 “비슷한 시기에 일산과 계룡대에서 대형 방산전시회가 열리면서 업체들만 두배로 힘들어졌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육군협회 관계자는 “이미 이전에도 계룡대 활주로를 민간이 영리목적으로 사용한 바 있고, 이번 행사는 국군의날 행사와 연계해 진행하는 전시회”라면서 “KADEX는 영리 목적이 아닌 대한민국 국격과 방산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수출에 기여하려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