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1945년 광복 이후 줄곧 은폐해 왔던 우키시마(浮島)호 승선자 명부 일부를 우리 정부에 제공했다고 외교부가 5일 밝혔다. 우키시마호가 1945년 8월 한국으로 귀국하는 재일 한국인 수천명을 태우고 부산항으로 가던 중 침몰한 지 79년 만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보관 중이던 우키시마호 관련 명부 75건 중 내부 조사가 끝난 19건을 이날 오후 외무성을 통해 주일한국대사관에 전달했다. 여기에는 요코스카 지방복원부가 우키시마호 침몰 전후에 작성한 ‘우키시마호 조선인 명부’, ‘승선자 명부의 건 보고’, ‘우키시마호 조난자 명부’ 등이 포함돼 있다.
후생노동성이 우키시마호 침몰 전후에 작성된 여러 종류의 명부를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은 지난 5월 처음 공개됐다. 그후 우리 정부의 명부 제공 요청에 따라 한·일 교섭이 시작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6일)을 하루 앞두고 명부 제공이 성사됐다. 정부는 이 명부를 우키시마호 폭침의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자를 구제하는 데 활용하고, 나머지 56건의 명부도 일본 정부의 내부 조사가 끝나는 대로 제공받을 예정이다.
일본 해군 수송선인 우키시마호는 1945년 8월 22일 아오모리현 오미나토항에서 강제징용 피해자와 그 가족 등 수천명을 태우고 부산으로 출발했다. 이틀 후 교토부 마이즈루 앞바다에서 선체 하부의 의문의 폭발로 침몰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우키시마호가 기뢰를 건드려 폭발했으며 한국인 노동자 3725명 중 524명, 일본인 승무원 255명 중 25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생존자들은 실제 탑승자가 훨씬 많았고, 부산행을 꺼렸던 일본 해군 승조원들이 고의로 배를 침몰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