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 헤케넨(Antti Häkkänen) 핀란드 국방부 장관이 지난 9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별채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헤케넨 장관은 “서방국가들이 푸틴을 저지할 살상 무기를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방한 중인 안티 헤케넨(Antti Häkkänen·39) 핀란드 국방부 장관이 9일 “우크라이나에 지금 중요한 것은 살상 무기”라며 “서방국가들이 푸틴을 저지할 살상 무기를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대에서 기자들과 만난 헤케넨 장관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해야 한다고 보는가’란 질문에 “모든 국가는 각자의 (상황) 평가가 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해온 지원에 매우 감사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이란이나 북한 등) 세계의 다른 독재자들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무엇을 하는지, 의료용 천막 같은 것만 보내는지 보고 있다”면서 “그것으로는 독재자 푸틴을 멈출 수 없다”고 했다. 헤케넨 장관은 또 “1939년 핀란드가 스탈린(소련)의 침공을 당했을 때 몇몇 국가들은 금융 지원을 줄 수 있다고 했지만 그것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총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러시아는 북한과 중국에서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며 “이런 전제 국가들이 나날이 더욱 단합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 국가들도 단합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이 핀란드에 수출한 K9 자주포와 관련해 헤케넨 장관은 “매우 만족한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만족한다고 들었다”며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인도 기한, 시간이 핵심인데 한국은 고품질 방산 제품을 빠르게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유럽국가들은 현재 모두 국방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한국 방산 업계가 어떤 해결책, 제품, 장비, 기술을 제공해 줄 수 있을지를 면밀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11월 미국 대선 이후 미국의 방위비 인상 압박 등이 거세질 것을 우려하는가’란 질문에 그는 “누가 당선되든 우리는 미국과 좋은 관계를 가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나토 가입 전까지) 수십년 동안 핀란드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계획과 훈련을 해왔다. 우리는 ‘종이호랑이’가 아니다”라며 “핀란드는 안보 공급자이지, 소비자가 아니다. 그것이 주된 메시지”라고 말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핀란드가 K9자주포를 구매했는데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또 다른 방산 거래 가능성도 있나.

“K9 이전은 순조롭게 되고 있고 매우 만족한다. 유럽의 다른 국가들도 K9을 구매했는데 만족하고 있다고 들었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자주포를 샀고 배치할지 말할 수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만족스럽다. 미래 전망이라면 현재 우리는 한국 (방산)업계가 제공할 수 있는 모든 제품과 기술을 평가하고 있다. 핀란드는 지금도 국방비를 많이 쓰고 있지만 앞으로 더 많이 쓸 것이다. 그래서 어디서 우리가 군사 장비를 구매할 수 있는지 평가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다. 무기가 인도되는 기한이다. 유럽이 모두 국방산업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몇 년이 걸릴 수 있다. 그래서 시간이 핵심이다. 한국은 고품질의 방산 제품을 빠르게 제공할 수 있다고 알고 있다.”

-핀란드 국방비는 65억 유로, 국내총생산(GDP)의 2.41%에 이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징병제가 있다고 들었다. 최근 한국에서는 여성 징병제에 대한 토론이 시작되고 있는데 어떻게 보나.

“핀란드에는 남성에 대한 징병제가 있다. 여성들도 점점 더 많이 자원 입대를 하고 있지만 아직 소수다. 연간 1000~2000명 정도의 여성이 입대하고, 3만명 정도의 남성이 입대한다. 우리는 두 가지를 고려하고 있다. 첫째는 본격적 군사 훈련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어떤 포괄적 안보 훈련을 제공할지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을 보자면 러시아는 병원, 에너지 분야 등의 민간 분야를 파괴했다. 그러므로 사회 일부 사람들은 싸워야 하고 일부 사람들은 안보 분야에 있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지향점이다. 그런데 양성 평등 징집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고, 적절한 시기가 아직 아니라고 본다. 한국이나 핀란드나 그다지 인구가 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비슷한 도전을 받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양성 평등 징집이 이뤄질 수도 있다. 그런데 그때쯤이면 인공지능(AI) 같은 신흥 기술 때문에 지금과는 달라질 것이다. 다른 임무, 다른 병력이 나타날 것이다. 아마 10년쯤 후면 뭔가가 정말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토 국가들의 전반적 상황을 보자면 대부분 유럽국가들은 냉전 이후에 국방 시스템을 감축했다. 대부분 나토,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얻은 교훈은 이런 종류의 위협, 재래식 전쟁에 대응하려면 대규모 예비군이 있어야 하나는 것이다. 소규모의 직업 군인에만 의존할 수 없다. 그래서 많은 국가들이 징병 시스템을 복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장기적으로는 신흥 기술이 국방력에 추가될 것이다. 징병제의 좋은 점은 엔지니어라든가 이런 기술을 개발한 전문가들이 예비군에서 복무하게 될 것이란 점이다. 예를 들어 핀란드에는 연간 1~2번 훈련에 참여하는 수천 명의 사이버 전문가가 있다. 그들은 민간 분야의 최고 전문가이면서 군에도 속해 있다. 이것이 아주 큰 시너지 효과를 낸다.”

-지난해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한 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 내년에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방위비 문제 등이 제기될 수 있는데 어떻게 보나.

“좋은 질문이다. 2차 대전 이후 수십년 동안 핀란드는 핀란드군으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기획과 훈련을 해왔다. 이제 나토에 가입해 동맹들과 함께 방위를 하게 되면서 어디에서 증원군이 온다든가 하는 기획을 하게 됐다. 이는 잘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지난해 나토에 가입하면서 미국, 다른 북유럽국가들과도 방위협정을 체결했다. 그래서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그와 동시에 나는 핀란드의 방위 기획이 유럽 최고의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무언가 계획을 하면 매년 연습하고 자원 배분을 기획한다. 우리는 종이 호랑이가 아니다. 우리는 나토가 이제 시작하려는 것을 수십년 간 해왔다. 한국도 그렇지만 자국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준비해야 한다.

미국 대선과 관련해 얘기하자면 우리는 오랫동안 미국과 좋은 관계를 가져왔다. 우리의 주요 원칙은 (미국의) 양당 모두와 초당적 관계를 갖는 것이다. 첫째로 도널드 트럼프와 카멀라 해리스 누가 당선되든 우리는 미국과 좋은 관계를 가질 것이다. 둘째로 유럽국가들이 국방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하지만 핀란드는 이미 수십년 간 그렇게 해왔다. 우리는 냉전 종식 이후 방심한 적이 없다. 우리는 징병제를 강화했고 냉전 이후에도 방위비 투자를 많이 했다. 소련 붕괴는 그저 역사의 한 시기일 뿐이고 다른 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유럽의 장비와 구소련제 탱크 등을 사들였다. 그래서 미국도 우리가 많은 투자를 하고 국방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신뢰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우리가 나토에 가입한 이유다. 우리는 안보 공급자이지, 소비자가 아니다. 우리가 작은 나라지만 우리가 소모하는 것보다 많은 안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것이 주된 메시지다.

미국과의 동맹에 대해 잠깐 말하자면, 우리는 미국의 양당, 상원의원과 하원의원, 대통령과 대선 후보들 모두와 긴밀한데 그들 모두 한 지역에서 동맹을 방기하면 다른 동맹들도 모두 우려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 중국, 북한, 러시아, 이란 같은 적성국들도 보고 있다는 것을 안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 하나의 동맹국을 방기하면, 인도태평양의 억지력에 문제가 된다. 나는 미국 양당 모두 동맹국 1~2국만 떼어낼 수 없다는 것을 안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누군가가 다른 동맹은 보호를 받는지 시험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방 기술을 공유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어떻게 할 수 있나.

“나토 국가, 유럽 국가 간에는 더 쉽다. 신뢰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유럽에서의 개발 계획은 국가적 차원의 연구가 있고 유럽연합의 자금 지원이 있다. 새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의회가 이를 우선하고 있고 그것이 유럽의 방위산업과 기술 정책을 바꿀 것이다. 유럽 산업 정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일 수도 있다. 유럽연합에는 이런 연구개발 과정이 5~6개 있고 특정 장갑차나 무기 체계를 개발하는 연구개발 과정에 유럽연합이 자금을 지원해 왔다.

다만 어떤 정보를 공유할 것인가는 민감한 문제다. 민감한 정보와 기술의 공유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중요한 문제다. 어떤 기술과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게 줄 것인가. 왜냐하면 이 미사일과 기술이 러시아의 손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민감하고 어려운 질문이다.”

-한국을 어떤 파트너로 보고 있나?

“우리는 세계가 상호 연계돼 있다는 것을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더라도 러시아, 이란, 북한과 중국은 통합돼 있다. 그리고 인류 역사를 보면 이런 독재자들은 상황을 더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비록 우리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민주주의 국가로서 단합해야 한다. 핀란드나 다른 북유럽 국가들의 경우를 보면 소프트웨어, 첨단 기술 기업, 국방정책에서의 현실주의 등을 토대로 한 폭넓은 국방 협력에서 서로의 경제와 안보에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래서 핀란드와 한국의 협력을 심화하기를 원한다. 물론 국방 안보 외에도 원자력 분야, 재생에너지 등 다른 협력할 분야가 있다. 국방 협력에서는 기술 기업, 연구 시설과 정부 부처가 3개의 축이다.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런 지원도 해야 한다고 보나.

“모든 국가는 각자의 평가가 있다. 우리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해온 지원에 매우 감사하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 지금 중요한 것은 살상무기다. 독재 국가가 민주주의 국가의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려 하고 있고 세계의 다른 독재자들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무엇을 하는지 지켜보고 있다. 그저 의료용 천막 같은 것만 보내는지 말이다. 그것은 독재자 푸틴을 멈출 수 없다. 이란이나 북한 등 다른 독재자들은 푸틴이 민주주의 국가의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는 것을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내 고향 인근에 있다. 정말 가깝다. 그리고 핀란드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러시아는 잔혹한 폭력을 휘두르는 기준점이 매우 낮다. 그들은 지금 대규모 살상을 하고 있고 인프라를 파괴하고 있다. 그래서 서방 국가들이 푸틴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살상무기를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독재자들은 한 민주주의 국가가 공격을 받았을 때 서방이 정말 진지하게 지원하는지 보고 있다. 핀란드가 1939년 스탈린의 공격을 받았을 때 금융지원을 해줄 수 있다고 한 국가들이 있었다. 그것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총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스스로를 방어하는 데 필요로 하는 것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정부는 각자의 평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