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고중량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북한 미사일총국은 전날 "신형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다-4.5' 시험 발사와 개량형전략순항미사일 시험 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탄두 중량을 4.5톤(t)까지 늘린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내륙 표적에 명중시킨 장면을 19일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고중량·고위력으로 개량한 신형 탄도미사일의 정확도 등 기술력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보도에서 전날(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지 지도에 나선 가운데 ‘화성포-11다-4.5′의 시험 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불리는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탄두(기존 0.5~2.5t)를 4.5t 고중량으로 개량한 미사일이라고 북한은 주장했다. 김정은은 “핵무력을 계속 증강하는 것과 함께 상용무기(재래식 무기) 부문에서도 세계 최강의 군사 기술력과 압도적인 공격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시험 발사는) 320㎞의 목표 명중 정확도와 초대형 탄두 폭발 위력을 확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진행했다”고 했다. 이번 발사는 ‘화성포-11다-4.5′ 두 번째 시험 발사다. 지난 7월 1일 첫 시험 발사 때 북한은 2발을 쐈는데 한 발은 600㎞가량 비행했지만 다른 한 발은 120㎞ 비행에 그치며 평양 인근 내륙에 떨어져 실패한 것으로 합동참모본부는 분석했다.

합참은 “탄착 지점은 함경북도 산악 지역”이라며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의도적으로 내륙에 쐈다고 밝힌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다. 통상 민간 피해 등을 우려해 무인도를 표적으로 삼는데, 이번에 내륙 발사 사실을 공개한 것은 정확도가 높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이란 얘기다.

북한이 고중량 재래식 탄두를 탑재한 미사일 개발에 나선 것은 한국군의 ‘현무-5′ 미사일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군이 보유한 ‘현무-5′는 탄두 중량이 8t 이상으로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탄두를 달고 있어 ‘괴물 미사일’로 불린다. 한국군은 북한이 남침해 올 때 현무-5 미사일 수십 발을 활용해 평양을 초토화한다는 대량응징보복(KMPR)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북한도 ‘북한판 괴물 미사일’로 서울을 초토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추후 지하 관통탄과 열압력탄 등을 탑재해 한미 지하 지휘소(벙커) 등 주요 지하 군사시설 타격용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 때 순항미사일도 섞어 발사했다. 한미 당국의 초기 분석에 혼선을 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북한은 18일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지만 이날 표적 명중 사진을 공개한 것은 1발뿐이었다. 합참 관계자는 “표적 타격 장면을 공개한 것은 한 발뿐이라 신형 미사일의 정확성에 대해서는 추가 평가가 필요하고, 파괴력도 현 시점에서는 4.5t급이 맞는지 분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북한은 김정은의 이번 미사일 발사 현지 지도 소식을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서만 보도하고 주민들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에는 게재하지 않았다. 통일부는 최고 지도자의 현지 지도 사실을 노동신문에 보도하지 않은 것이 “이례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시차를 두고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이 소식을 전할 수도 있지만, 7월 말 발생한 수해가 완전히 복구되지 않은 상황에서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미사일 발사 참관 사실을 굳이 알리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은 최근 연일 쓰레기 풍선을 살포하면서도 이 소식을 노동신문에 보도하지 않고 있다.

김정은이 지난 18일 북한 신형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다-4.5' 시험발사 장면을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