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인권단체 CSW 북한 담당인 데이비드 심슨 활동가. /김진명 기자

오는 24일부터 시작되는 유엔 총회 고위급회의를 앞두고, 영국 인권단체 CSW가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회원국들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CSW의 데이비드 심슨 북한 담당 활동가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10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북한에서 반인도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가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분명하고 명확한 징후들을 확인했다”며 “COI 설립에 관여했고 2003년 영국 하원의 평양 방문에 동행했던 단체로서 우리는 ‘북한에서 눈을 돌려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CSW는 지난 11일 발간한 북한 인권 보고서에서 “반인도범죄도 여전히 자행되고 있으며, 김정은 정권은 국제법 상의 의무는 외면한 채 전적인 면책 하에 행동하고 있다”고 했다. 또 유엔과 각 회원국들에게 “북한 내 인권 침해에 책임이 있는 정책 입안자들에 대한 제재를 고려할 것”과 “COI의 권고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을 촉구할 것” 등을 권고했다.

CSW는 또 오는 11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진행될 북한에 대한 보편적 인권 정례 검토(UPR)에서 북한에 억류된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와 북송된 탈북 난민 김철옥 씨에 관한 질문과 권고를 할 것도 권고했다. 지난 19일 미국 국무부도 “오늘은 한국인 김정욱 선교사가 북한에 억류된 지 4000일째 되는 날”이라며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6명의 석방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심슨 활동가는 “북한의 (인권)상황을 사람들이 망각해 가는 것이 두렵다. 많은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생각할 때 김정은 정권과 핵 확산 문제만 떠올리고, 김정은의 행동이 그곳에 실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인권 보고서에 그 피해자들의 모습을 담고 싶었고 그래서 북한에 억류된 3명의 선교사와 북송 난민의 이름을 실었다”고 했다.

심슨 활동가는 11월 있을 북한 UPR에 대해 “유엔 회원국은 UPR에 응답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직접 ‘억류 중인 한국 국민들은 어디 있는가'라고 북한을 추궁할 기회”라며 “남북 간의 직접 교류가 별로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의 동맹과 우방국들이 한국을 대신해 이를 물어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만이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함께 이 선교사와 북송 탈북 난민의 귀환을 요구할 때 북한이 여기에 응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CSW의 권고대로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최고 지도부에게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심슨 활동가는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소는 좀 더 어려울 수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김정은 등 자연인을) 회부해야 하는데 이사국 중에 러시아나 중국 같은 북한의 강력한 동맹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ICC는 제노사이드(genocide·집단학살), 반인도 범죄, 전쟁 범죄, 침략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처벌하기 위해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에 따라 설립됐다. 유엔 안보리에 의한 회부 외에 당사국이나 소추관에 의한 단독 회부도 가능하지만, 이때는 죄를 저지른 당사자의 국적국이나 범죄가 발생한 국가가 로마 규정의 당사국이어야 한다. 북한은 로마 규정의 당사국이 아니어서 당사국이나 소추관에 의한 회부는 불가능하다.

다만 심슨 활동가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는 것은 훨씬 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다만 ICJ에 가져가려면 북한에서 ‘제노사이드'가 자행되고 있다는 분명하고 권위 있는 보고서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 최고법정인 ICJ에 북한을 제노사이드 혐의로 제소하려면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가 만든 것처럼 유엔의 권한을 부여 받아 제노사이드 문제를 특정해 살펴본 보고서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CSW 등 인권 단체 등은 북한의 기독교인 등 종교인 박해, 화교 박해 등이 특정 종교나 민족을 겨냥한 집단 학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심슨 활동가는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이스라엘 정부를 제노사이드 혐의로 ICJ에 제소했고, 몇 년 전 감비아가 미얀마 정부를 제소했다”며 “북한의 제노사이드에 대한 권위 있고 자세한 보고서만 있다면 어떤 국가든 북한을 제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엔의 북한인권조사위가 활동한 10년 전에는 이처럼 제3국이 ICJ 제소를 하는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ICJ 제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특정 범죄가 자행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보고서를 작성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