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기무사령부의 촛불집회 계엄령 검토 문건 작성 경위와 세월호 민간 사찰 의혹을 조사할 특별수사단이 공식 수사에 돌입한 첫날인 2018년 7월 16일 서울 용산 국방부 검찰단 별관에 직원들이 움직이고 있다. /이태경 기자

국군 기무사령부 예비역들은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 수사로 기무 부대가 해체되다시피한 것을 조선 시대 사화(士禍)에 빗대 ‘기무사화’로 부른다. 기무사에 대한 수사로 전직 기무부대원 20여 명이 기소돼 재판을 받았거나 지금도 받고 있다. 기소를 면했지만 기무사 정원 30%에 달하는 요원 1200명이 육해공군 등 야전으로 방출됐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야전에서 ‘적폐’로 찍혀 눈총을 받았고 진급에서 불이익을 받았다. 결국 군을 떠난 기무 요원도 적잖다.

문재인 정부는 기무사 해편(解編) 과정에서 사이버 댓글 공작과 세월호 민간인 사찰, 계엄령 문건 작성 행위 등 이른바 ‘기무사 3대 사건’에 연루됐거나 연루 의심을 받는 요원들을 방출 대상으로 삼았다. 이 기준에 장교·부사관 240명 정도가 해당했다고 한다. 그런데 기무사 정원의 ‘30% 방출’이란 당시 국방부 방침에 따라 장교·부사관 약 750명이 방출됐다. 병까지 포함해 1200명이 야전으로 방출되는 과정에서 무리한 솎아내기가 있었다고 당시 기무 요원들은 말한다.

당시 방출 대상 리스트 작성을 담당했던 A 예비역 준위는 본지 인터뷰에서 “3대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도 관련 예산을 타 썼다는 이유 등으로 방출된 요원들도 있었다”면서 “살생부(殺生簿) 작성은 지금까지도 마음의 짐으로 남아있다”고 했다. A 준위도 결국 경기 연천 28사단으로 방출됐다.

당시 사정에 밝은 군 관계자는 “3대 사건과 관련 없는 경우 근무 평정 성적이 낮다는 이유로도 방출했다”고 했다. 야전으로 방출됐다가 전역한 전직 기무사 장교는 “야전으로 복귀하니 주변에서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 취급을 받았다”고 했다. 당시 육군 야전 부대로 방출됐다가 지난해 전역한 기무사 출신 B 예비역 상사는 “진급도 못 한 채 전역한 전직 기무 요원들이 전역식은커녕 부대 위병소에서 전역장을 받고 군을 떠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고 했다.

기무사에서 방첩·보안 업무를 해온 요원들은 야전으로 방출돼 인사·행정 등으로 병과를 바꿔야 했다고 한다. 일부 요원에 대해서는 몇 달간 보직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2019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기무사 출신 C 소령도 제대로 보직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현 정권 출범 후 기무사 복원 차원에서 방첩사가 출범했지만 여전히 요원들이 상당히 움츠러들어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나중에 어떤 화(禍)를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