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위협이 고조되면서 한·미 조야에선 한국에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이 당장 핵무장에 나서기에는 현실적 제약이 많은 만큼, 전술핵 재배치나 나토형 핵 공유 등 차선책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냉전 때 옛 소련 견제 목적으로 주한미군에 100여 기 이상의 전술핵을 배치했다가 1991년 소련과 전략무기감축조약(START-I)을 체결하며 철수시켰다. 미국은 전략폭격기, 핵잠수함, 핵항모 등을 한반도에 수시 배치함으로써 사실상 전술핵 재배치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또 독자적으로 결정해왔던 핵무기 대응 방식에서 한·미 양국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발전시키며 핵우산을 강화해왔다. 하지만 북한의 핵무장이 기정사실화되고 공공연하게 한국에 위협을 가하는 상황에서 이런 조치만으로는 충분한 억지력이 되지 못한다는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미 상원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의원은 지난 6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방북해 북러 방위조약을 체결하자 “북한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선 미국의 핵무기를 과거에 배치했던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헤리티지재단도 지난 7월 보고서에서 미국이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하고 핵무기 보관 시설을 운영하는 방안을 양국 정부가 논의해야 한다고 썼다. 지난해 아산정책연구원과 미 랜드연구소는 미국의 전술핵 100기를 한국 안보 지원용으로 지정하고 전술핵 8~12개를 한국에 배치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외교 소식통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핵협의그룹(NCG) 가동, 캠프 데이비드 협정을 통해서 미국 핵우산이 증강됐지만 한계가 있다”며 “군사적으로 한국 내에 핵무기가 실제로 없는 상황에서 북핵에 대한 억지력을 갖기는 어렵다”고 했다.
아직까지 한·미 정부는 공식적으로 전술핵 재배치는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지난 4일 워싱턴에서 열린 제5차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고위급 회의 후 김홍균 외교부 차관은 “북핵에 대응하는 최적의 방안은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라며 “전술핵 재배치나 자체 핵무장은 정부 입장이 아니다”고 했다. 카라 에버크롬비 미국 국방부 정책부차관 대행도 “(전술핵 재배치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미국내에서도 국방비 절감이 정치권의 이슈이기 때문에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핵 대응 전략이 바뀔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