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중동 사태에 따른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6일 보도된 AP통신 인터뷰에서 북한의 쓰레기 풍선 도발과 관련, “국민 안전에 위해가 발생할 경우 북한은 감내하기 어려운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풍선으로 인해 심각한 위해가 발생할 경우 ‘군사적 조치’도 고려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우리 정부와 군은 아직까지는 쓰레기 풍선에 대해 공중에서 격추를 시도하지 않고, 땅에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수거한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풍선이 낙하할 때까지 기다린 후에 제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공중에서 요격하는 것은 더 많은 위험 부담이 있다”고 했다.

군은 풍선을 공중 격추할 경우 예상치 못한 위해 물질이 확산할 수 있고, 이 경우 국민 안전에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북한의 쓰레기 풍선은 약 3000m 상공에서 초속 5m 정도로 비행하는데, 이런 고도에 있는 물체는 소총으로 쏴 떨어뜨릴 수 없고 20㎜ 벌컨이나 30㎜ 차륜형 대공포 등으로 요격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대공포탄은 위력이 강해, 자칫 풍선을 맞히지 못하고 떨어질 경우 사람이나 차량, 건물 등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풍선에 대공포탄이 명중하더라도 부수적인 피해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과거 우리 영공으로 침투한 북한 소형 무인기를 군이 포착해 추적하고도 이를 곧바로 격추하지 않았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쓰레기 풍선이 비무장지대(DMZ)를 넘어오기 전에 요격을 시도할 경우 대공포탄이 북한 지역에 떨어져 우발적인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쓰레기 풍선으로 인한 재산 피해가 누적되고 인명 피해 가능성까지 커지는 만큼, ‘원점 타격’을 비롯해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북한이 쓰레기 풍선을 계속 날리면서 경험과 기술을 쌓고 있고, 우리 국민의 피해와 불안을 키워 쓰레기 풍선 대응을 두고 남남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는 것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싣는다. 합참은 지난달 23일 북한을 향해 “선을 넘었다고 판단될 경우, 단호한 군사적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어떤 경우가 ‘선을 넘은 것’에 해당하는지는 전략적 모호성 유지를 위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군은 쓰레기 풍선은 물론 무인기 위협에도 대응하기 위해, ‘자폭 드론(무인기)’의 도입과 자체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