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상대로 지상전을 벌이고 있는 레바논에 체류하던 국민들이 정부가 투입한 군 수송기를 타고 귀국했다.
지난 2일 윤석열 대통령은 중동 사태 관련 긴급 경제·안보 점검 회의를 소집하고 레바논에 있는 국민 철수를 위해 군 수송기를 투입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3일 공군 수송기 KC-330이 부산 김해공항을 출발해 약 16시간의 비행 끝에 4일(현지 시각) 오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도착했다. 교민 중 96명과 레바논 국적의 교민 가족 1명 등 97명이 귀국을 희망했고, 레바논 주재 한국 대사관은 집결지인 베이루트 공항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교민들에게 차량을 지원해 안전한 이동을 도왔다. 대사관 직원들과 교민 30여 명은 레바논에 남았다.
수송기는 4일 오후 교민들을 태우고 출발해 5일 오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돌아온 교민의 약 3분의 1이 미성년자였다. 김선호 국방부 차관, 강인선 외교부 2차관, 이영수 공군참모총장 등 정부 관계자들이 공항에서 대피 교민들을 맞이했다. 6세·4세 자녀와 함께 온 김서경(39)씨는 “밤마다 폭탄이 떨어지는 레바논에서 한국으로 무사히 올 수 있어 다행”이라며 “정부에서 수송기를 보내준 것에 너무나 감사하다”고 했다. 아내·딸과 함께 온 이국희(31)씨는 “베이루트까지 1시간 걸리는 곳에 있었는데 대사관이 차량을 제공해줬고 현지 경찰도 도와줘서 무사히 도착했다”고 했다. 수송기를 조종한 박성태 소령은 “재외국민 보호라는 국가의 의무를 다하는 데 기여할 수 있어서 뜻깊게 생각한다”고 했다.
군이 2018년 공중 급유기로 도입한 KC-330은 항속 거리가 길고 대규모 수송 능력도 갖추고 있어서 위험 지역에 있는 교민 등을 대피시키는 작전에 여러 차례 투입됐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기습당했을 때는 국민 163명과 일본인·싱가포르인 등 220명을 실어왔고, 지난해 4월 수단 내전 때 교민 28명을 구출한 ‘프라미스 작전’,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이 이슬람 무장 세력 탈레반에 함락됐을 때 그동안 한국에 조력해온 아프가니스탄인과 그 가족 391명을 구출한 ‘미라클 작전’에도 동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