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구글의 위성지도 서비스인 ‘구글 어스’에 노출돼 있는 국가 주요 안보 시설에 대해 구글 측에 ‘저해상도(필터링) 처리 요청’을 했지만 3년째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7일 나타났다. 현재 구글 어스에는 우리나라 군사분계선 부근의 GP 초소나 방호 시설 같은 군사기지는 물론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 한남동 관저 등 주요 안보 시설이 무더기로 노출돼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이 국방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는 2021년 11월 구글 측에 주요 국가 안보 시설에 대한 식별 제한 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구글은 답변을 하지 않고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련 부처들과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구글은 미국이나 프랑스 및 이스라엘 같은 주요 우방국의 국가 안보 시설에 대해서는 저해상도 및 모자이크 처리를 통해 식별이 불가능하도록 했다. 최 의원은 “국가 안보 시설의 위치나 구조를 노출시키고 공유하는 것은 엄연한 정보통신망법 위반”이라며 “국방부 요청에도 이를 외면하는 구글에 대해 과기부나 방송통신위원회 차원에서 관련법에 따라 시정 요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한 인터넷 매체는 구글 어스에 나와 있는 서울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의 최근 2년간 사진 변화를 비교해 불법 증축 의혹을 제기했다. 2년 전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쓰였던 해당 건물의 위성사진 모습이 구글 어스에 상세히 기록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7일 국정감사가 시작된 국회의 각종 상임위원회 회의장에서도 야당 의원들은 국가 주요 안보 시설에 해당하는 한남동 관저 등의 구글 어스 위성사진을 띄워놓고 관련 질의를 이어갔다.
현재 구글 어스에는 국내 주요 안보 시설 사진이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의 경우 옥상의 위성 안테나 등 시설 위치까지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군사분계선 인근의 GP 초소나 방호 시설도 위치와 구조, 위도와 경도, 주변 도로 형태까지 노출돼 있다. 군 관계자는 “구글 어스를 통한 군사·안보 시설의 노출은 명백한 국가 안보 위협”이라고 했다. 반면 국내 업체인 네이버나 카카오 등의 위성지도 서비스에서는 대통령실 등 주요 안보 시설은 흐릿하게 보이도록 해놨다.
이는 미국 백악관의 경우 구글 어스 사진에서도 저해상도 처리돼 건물의 형태 정도만 알아볼 수 있는 것과도 비교된다. 미국의 주요 우방국인 프랑스의 경우 대통령 관저나 원전 지대, 공군 기지 같은 주요 안보 시설의 경우 모자이크나 저해상도 처리가 돼 있다. 전시 상황인 이스라엘 역시 각종 군 부대 및 주변 도로와 건물 사진은 저해상도 처리돼 제대로 식별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다른 유럽 국가의 군 시설 등도 저해상도 처리돼 있다.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은 “대통령실, 대통령 관저, 군사기지 등 국가 안보 시설의 위치, 현황은 국가 기밀에 해당하지만 해외 기업인 구글은 현재 국내법을 지속적으로 무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필요시 역외 규정을 도입해서라도 현행법을 위반하고 있는 구글에 대한 시정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