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 자주포를 포함한 육군 자주포 전력 10대 중 3대는 조종수가 없어 유사시 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0일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실이 육군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육군 자주포 조종수 보직률은 2022년까지 80%대였다가 2023년 72.2%로 급감했고, 2024년(6월 30일 기준)에도 72.9%였다. 자주포는 다른 차량이 견인하지 않아도 ‘스스로 이동’(自走)해 사격할 수 있는 포(砲)다. 하지만 인구 절벽과 초급 간부 이탈로 인해 자주포를 몰아야 할 부사관·장교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육군 자주포 보직률은 전차(92.7%), 장갑차(93.2%) 보직률과 비교해도 더 낮다.
우리 육군에서 조종수가 필요한 자주포는 K9, K55 두 종인데 주력은 약 1100대가 편제돼 있는 K9이다. ‘명품 자주포’로 불리는 K9은 호주·폴란드 등 9국에 수출된 K방산 대표 상품이다. K9 자주포는 최대 사거리 40km, 1분에 9발을 쏠 수 있는 화력, 시속 60km로 움직이는 기동성을 갖췄다. 북한의 장사정포 도발 시 즉각 맞대응에 나서야 할 무기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조종수 보직률로는 육군에 편제된 K9 1100대 중 약 300대는 운용이 어려울 수 있다. 자주포 조종수는 육군 포병학교에서 2주간 교육을 받고 투입되는 만큼 유사시 바로 확보하기도 어렵다. 기갑부대 출신 한 예비역 장성은 “조종수가 부족해 훈련 시 인접 부대에 꿔줘야 하는 일도 있을 정도”라며 “장비는 있지만 기동을 담당할 인력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육군은 “K9과 K55 자주포의 목표 가동률은 지난 3년간 모두 110% 이상을 달성해 임무 수행에 지장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목표 가동률은 가변적인 만큼 실제 전체 장비 가동률과는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용원 의원은 “초급 간부 지원율 감소, 저출생에 따른 입대 장정 감소에 따라 우리 군의 기계화 장비 실제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군은 장기적으로는 병력 감소에 대응해 현재 6명(포반장·조종수·사수·부사수·1번포수·2번포수)으로 구성돼 있는 K9 자주포 운용 인력을 3명까지 줄여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내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는 신형 K9은 사격 과정의 자동화를 통해 사격 관련 인력을 줄일 수 있고, 그만큼 조종수 등으로 돌릴 수 있다는 얘기다. 향후에는 유·무인 복합 체계를 도입해 인공지능을 통한 ‘자율 주행’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 실전 배치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전망이다.
극적으로 병역 자원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현재 상황에서 ‘병력 운용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육군은 병역 자원이 감소하고 있지만 GOP(일반전초) 등 경계 작전에 투입되는 병력 보직률은 10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쥐 한 마리도 놓치지 않겠다는 현행 경계 작전은 효율이 낮다”며 “선(線)을 지키는 현행 개념에서 과학화 경계 등으로 원거리 감시 및 원거리 타격을 하고 DMZ 상황 발생 시 기동타격 하는 형태로 바꾸고 유휴 인력을 무기 체계 운용에 써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