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1일 한국이 평양으로 무인기를 보내 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12일 “일일이 대응하는 것 자체가 현명하지 않다”고 했다.
신 실장은 이날 오후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군이 무인기를 보낸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북한이 어떤 문제를 제기했다고 해서 우리가 확인해주는 것 자체가 북한이 원하는 대로 말려드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우리 군 합동참모본부는 “북한 주장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히고,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은 비열하고 저급하며 국제적으로 망신스러운 오물 및 쓰레기 풍선 부양 등 도발을 자행하고 있는 북한에 있다”고 했다. 합참은 또 북한에 “만약 어떤 형태든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경우 단호하고 처절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했다.
신 실장은 “(북한의 주장이 사실인지를) 확인해주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에서 논쟁이 돼, 북한이 우리를 도발하고 위협하는 행위는 잊어버리고 우리 내부에서 (남남갈등이 일어날 수 있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군도 그런 측면에서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문을 낸 것으로 알고 있고, 우리 정부도 군의 입장을 수용하고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신 실장은 평양에 도달할 수 있는 무인기라면 군용일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에 대해선 “무인기는 군용과 상용 (모두에서 활용 범위가) 굉장히 확대돼 다양하게 운용되고 있기 때문에, 저 정도 능력이 군용밖에 없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했다.
신 실장은 북한이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서 전단을 살포했다는 것을 주민들에게 알려 자신들의 방공망이 뚫렸다는 것을 알려준 것에 대해선 “북한 체제는 체제 위협이 존재해야 안정되는 역설적인 체제”라며 “북한은 끊임없이 체제 위협이 있는 것처럼, 외부에서 마치 북한을 침략할 것처럼 해서 그 공포를 이용해 집권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신 실장은 “최근 한류의 유입 등으로 인해 북한 주민들이, 특히 MZ 세대가 외부의 체제 위협 자체를 믿지 않기 시작했다”며 “김정은이 평양 방공망이 뚫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 오는 손해보다, 체제 위협의 호기를 활용하는 이익이 더 크다는 전략적인 판단으로 (전단 살포 사실을) 공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실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올해 안에 한·미·일 정상회의를 하자고 제의한 것에 대해선 “11월 중순에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와 G20(주요 20국) 회의가 있다”며 “그 다자 회의들을 계기로 (한·미·일 정상회의를) 할 수도 있고 별도로 할 수도 있는데, 다자 회의를 계기로 하면 서로 편리하기는 한데 (준비 시간이 부족해) 충분한 논의가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APEC과 G20 이후 연말쯤에 하기로 대략적으로 의견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신 실장은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우고서도 최근 헌법을 개정하면서 통일 문구를 삭제하거나 영토에 관한 조항을 신설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에 대해선 “(헌법에서 관련 조항을 개정해놓고) 비공개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본다”고 했다.
신 실장은 “북한이 그동안 민족 통일 개념을 앞세워서 북한 주민들이 희생할 당위성을 찾았는데, 그것을 대체할 만한 논리를 아직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그래서 일단 유보했다고 평가하는 것이 적당할 것 같다”고 했다.
다음은 신 실장 인터뷰 전문.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필리핀·싱가포르·라오스 순방을 계기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최고 단계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수립했다고 발표했다.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린다.
“아세안 국가는 10개국이다. 동티모르가 옵서버 국가인데 (이를 제외하고) 현재 10개국이다. 거기에 대화 대상국이라고 11개국, 쉽게 말해서 21개국이 모여 정상회의를 하는데, 그 대화 대상국 11개국 중에서 여섯 번째로 우리가 (아세안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가 됐다. 앞서 있는 5개국이 어떤 나라냐 하면, 미국, 일본, 인도, 호주 등 소위 쿼드(Quad)라고 하는 국가와 중국이다. 거기에 이어서 된 거니까 개략적으로 순서를 보면 우리의 전략적 위상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1989년도에 아세안과 수교했기 때문에 35주년이 되는 해에 맺어졌고, 2014년, 10년 전에 전략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 후에 10년 만이다.
왜 이렇게 맺어졌느냐를 따져보면, 첫 번째, 한국의 위상이 굉장히 높아졌다. 이에 대해서 설명을 안 해도 알 것이다. 두 번째는 1989년 수교 당시보다 교역이 23배 늘었다. 한국이 아세안에 투자하는 것이 80배가 늘어났다. 인적 교류는 37배가 늘어나서 한·아세안이 아주 긴밀해졌다. 세 번째는 아세안의 위상도 높아졌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자유주의와 권위주의 진영 간 대립이 높아지는 바람에 아세안의 전략적 위상과 가치가 높아졌다. 그리고 아세안 국가 중에서 자원부국이 많다. 공급망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아세안의) 역할도 중요해졌고, 최근 글로벌 사우스의 의미가 부각됐는데, 이런 영향으로 (아세안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본다.
(한·아세안 관계 격상) 내용에 포함되는 것을 설명하자면, 한·아세안 간에 크게 보면 전략적·실질적·호혜적 협력이 파트너십이 강화됐다고 보는데, 전략적 파트너십이 뭐냐 하면 정치안보 분야, 특히 안보 분야 협력이다. 군수·방산 협력 분야, 사이버 안보 분야, 초국가적 위협 분야, 우리가 아세안 국가 연합 훈련에 적극 참여하는 문제, 한국군 퇴역함 등 주요 장비들의 이양 문제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두 번째는 경제적·실질적 협력인데, 기존 무역·투자 외에 새로운 미래 신성장 동력에 해당되는 미래 전략 산업에 관한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예컨대 디지털이라든지 친환경 같은 신성장 동력, 금융 위기가 왔을 때의 안전망 구축,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에 공조해 대비하는 문제도 협력 메커니즘이 정립됐다. 사회·문화적으로 교류 협력을 확대하는 호혜적 협력도 강화됐다. 특히 청년이나 미래 세대 간 교류, 전문직종 간 교류도 확대됐다.”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첫 번째 정상회담이 있어서 주목됐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는 워낙 관계가 좋았다. 앞으로 한·일 외교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나.
“셔틀 외교는 계속될 것이고 한일관계는 더욱더 발전할 것이다. 양 정상은 이시바 총리가 당선되지마자 10월 2일 통화했고 10일 첫 정상회담 했는데, 아주 화기애애한 분위기였고 앞으로 더 발전시켜나가자는 분위기였다. 특히 내년이 한일 수교 60주년이다. 60주년을 계기로 한일관계를 더 발전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마련하자는 데 양 정상이 공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내 한·미·일 정상회의 개최를 제의했는데, 언제쯤으로 예상하나.
“지금 협의 중이다. 11월 중순 APEC하고 G20이 있다. 그 다자 회의 계기로 (한·미·일 정상회의를) 할 수도 있고 ,별도로 할 수도 있는데, 다자 회의 계기로 하면 서로 편리하기는 한데 시간이 많이 없어 충분한 논의가 안 되기 때문에, 일단은 별도로 하는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한다고 하면 G20과 APEC 이후 연말쯤, 올해는 넘기지 않도록 하기로 대략적으로 의견 접근이 이뤄지고 있는 과정이다.”
-‘한국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침투해 전단을 살포했다’며 어제 북한 외무성이 이른바 ‘중대 성명’을 발표했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자작극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우리 군은 보낸 바가 없나. 아니면 민간에서 보낸 것인가.
“어제 합참에서 공식 성명을 냈다. 세 가지다. 그 입장을 그대로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 일단 사실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고, 최근 이런 모든 문제, 치졸하고 저급한 오물 및 쓰레기 풍선을 계속 보내온 북한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 북한의 쓰레기 및 오물 풍선으로 우리 국민의 안전에 위해가 되면 강력한 대응을 하겠다. 이 세 가지 입장은 그대로다.
사실 확인 문제에 대해 일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처음에 합참이 ‘우리는 보낸 적이 없다’고 했다가 최종적으로 정리된 게 ‘확인해줄 수 없다’고 하는 것이다. 국민께서는 이렇게 이해하시면 되겠다. ‘북한이 어떤 문제를 제기했다고 해서 우리가 확인해주는 것 자체가 북한이 원하는 대로 말려드는 것이다.’ 그리고 확인해주는 과정에서,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정치) 양극화로 인해서 또 논쟁이 돼서, 북한이 도발하고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우리 내부에서 우리끼리 (남남갈등) 문제가 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북한의 언급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는 것 자체가 그렇게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군도 그런 측면에서 그런 입장문을 낸 것으로 알고 있고, 우리 정부도 군의 입장에 대해 수용하고 찬성하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무인기 기체가 상당히 크고 왕복 400km 경로를 지정해서 날아가려면 기술이 상당히 필요하기 때문에 군용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군용도 있지만, 무인기 활용에 대해서는 군용, 상용 (모두 활용 범위가) 광장히 확대돼서 다양하게 운용되고 있기 때문에, 저 정도 능력이 군용밖에 없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오늘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해서도 남한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침투해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고 보도했다. 대내 매체에 보도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것인데, 어떻게 보면 자신들의 방공망이 뚫렸다는 것을 북한 주민들에게 그대로 알려주는 셈인데 보도한 것이다. 여기에 어떤 의도가 숨어 있다고 보아야 하나.
“북한의 체제는 체제 위협이 존재해야 체제가 안정되는 역설적인 체제이다. 실제로는 체제 위협이 없었다. 대한민국이 북한을 선제공격 하지도 않을 것이고 한미동맹도 방어 동맹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끊임없이 체제 위협이 있는 것처럼, 외부에서 마치 침략할 것처럼 해서 그 공포를 이용해서 집권을 유지했는데, 최근 여러 가지 한류 유입으로 인해서 외부의 체제 위협 자체를 북한 주민이 서서히, 특히 MZ 세대가 안 믿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김정은이 할 수 없이, 선대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민족하고 통일 개념까지 부정하는 헌법 개정까지 언급하고 추진하지 않았겠는가. 그런 측면에서 김정은은 생각했을 것이다. ‘평양의 방공망이 뚫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 오는) 손해보다, 체제 위협의 호기를 활용하는 이익이 더 크다’고. 그런 전략적인 판단으로 오늘 공개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북한은 ‘무인기를 평양까지 침입시킨 것은 중대 도발이다.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할 군사적 행위’라고 위협까지 했다. 걱정하는 국민들이 많은데, 실제 도발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도발 가능성은 늘 열려 있다. 우리가 도발 가능성을 평가할 때, 크게 보면 북한이 필요하다고 할 때 도발했다. 6·25 전쟁을 포함해 3100여 회의 북한 도발이 우발적인 충돌로 일어난, 소위 쌍방과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100% 북한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 계획적인 도발을 한다. 그럼 언제 하느냐,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을 때다.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을 때 도발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북한이 도발을 하느냐 안 하느냐는 우리 군과 정부가 확고한 대비 태세를 갖춰서 북한이 도발로부터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는 걸 북한 스스로 인식하게끔 만들어주는 것에 달려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군과 정부의 확고한 대비 태세에 대해서 국민들이 초당적인 지지를 해주는 것이야말로 평화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길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해서, 부탁 말씀드린다.
-헌법 개정 관련해서 북한이 발표한 내용에는 앞서 김정은 위원장이 지시한 통일 문구 삭제나 영토 조항 신설은 없었는데, 이 같은 내용을 (헌법에) 이미 반영했는데 발표만 안 한 것이라고 보나. 만일 헌법 개정을 북한이 실천에 옮겼을 경우 우리 안보에는 어떤 영향이 미쳐질 것이라고 보나.
“발표를 해놓고 비공개했을 가능성에 대해서 전혀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김정은 자체가 그것을 사전에 이야기했는데 만들어놓고 공개하지 않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왜 공개하지 않았느냐, 그 이유에 대해서는 민족 통일 개념을 앞세워서 북한 주민들이 고생하고 희생하는 당위성을 찾았는데 그걸 대체할 만한 논리를 아직까지 마련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일단 유보했다고 평가하는 게 적당할 것 같다. 우리 안보에 대한 영향은, 북한은 필요하다고 할 때, 그리고 승산이 있을 때 도발하기 때문에, 이것(헌법 개정)이 있다고 해서 도발 위험도가 증가하고 이런 건 없을 것이다. 오히려 북한은 언제든지 도발하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북한이 승산이 없다고 느끼게 할 정도의, 어떤 대응 태세를 갖추느냐에 따라서 도발을 하느냐 안 하느냐가 달려 있지, 2국가 헌법 개정을 했다, 안 했다 해서 도발의 가능성이 증대되는 것은 아니다.”
-윤 대통령 순방 기간에 북한이 남북 육로를 완전히 단절하고 요새화하는 공사에 들어가겠다고 미군에 통지했다. 사실 지금까지 쭉 해왔던 것인데 왜 지금 북한이 공식화에 나섰다고 보나.
“우선 단기적으로 헌법 개정을 아직까지 추진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응 논리를 아직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돼서, 거기에 대한 행동으로 보여준다는 의지를 한번 보여준 것으로 본다. 두 번째로는 이미 지난해부터 우리 군이 전방을 관측해서 사진도 공개했고, 지금 (요새화를) 숨길 수가 없다. 많은 철로, 육로 없애기와 방벽 설치가 이미 진행돼 왔기 때문에, 이를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기정사실화 할 바에는 자기도 어떤 규정을, 절차를 지킨다는 걸 과시하기 위해서 유엔사에 통보했다고 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