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동 주미대사는 11일(현지 시각) 한국의 독자적인 핵무장이나 미국 전술핵무기의 한국 재배치는 현재 한국 정부가 추구하는 바가 아니라면서 “확장 억제(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제공) 강화는 한국이 독자 핵무장을 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말했다.
조 대사는 이날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주미대사관에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대사관을 상대로 진행한 국정감사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위해 미국 조야를 상대로 한 물밑 여론 조성 활동이 필요하다’는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의 발언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조 대사는 “정부가 핵협의그룹(NCG), 워싱턴 선언 등을 통해 확장 억제를 구체적·제도적으로 강화하는 취지는, 자체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까지는 가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가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조 대사는 이어서 “그것이 현재 정부 입장이기에 주미대사로서는 정부의 방향과 맞지 않은 활동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조 대사는 한국이 NCG를 통해 미국의 핵무기 관련 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정도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NCG를 통해 (북핵) 억지력을 강화하는 노력은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NCG 협의는 계속되고 있고, 공개되지 않은 협의 내용도 많다”고 했다.
조 대사는 다만 내년 1월 차기 미국 행정부가 출범하면 사용 후 핵연료(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재처리 시설 확보를 위한 대미 설득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했다. 조 대사는 재처리 시설 확보를 위해 대미 설득이 필요하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미국 신정부 출범 이후에 우선 추진할 외교 현안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면 핵무기 원료 가운데 하나인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어, 재처리 시설을 보유하면 유사시에 단기간에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게 된다.
이에 대해 주미대사관은 설명 자료를 배포해 대사가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부연했다. 대사관은 “대사는 원자력 에너지 활용 과정에서의 사용 후 핵연료 관리 필요성에 대해 원론적인 차원에서 공감을 표하고, 최근 한미 간 원자력 협력 강화 노력을 미 차기 정부와도 지속해나가겠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