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유명무실화된 대북(對北) 세관시설 유지비로 해마다 수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남북 교역은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 이후 전면 중단된 상태로, 최근 북한은 “불변의 주적(主敵)인 대한민국과 접한 남쪽 국경을 영구적으로 차단·봉쇄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이듬해인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 남북 육로(陸路) 교역 반입·반출을 관리하는 도라산지원센터(파주 세관)와 고성지원센터(속초 세관) 운영비로 34억4600만원의 예산이 쓰였다. 구체적으로 개성·평양으로 연결되는 도라산지원센터는 연간 평균 3억원, 금강산 방면으로 이어지는 고성지원센터는 해마다 1억8000만원가량의 유지비가 들어갔다.
이들 대북 세관시설은 남북출입국사무소(CIQ)에서 반입·반출 업무를 주로 담당한다. 출입국·검역을 담당하는 시설은 별도의 부처가 따로 관리한다는 것이 관세청 설명이다.
문제는 남북 교역이 중단되면서 대북 세관 시설이 8년째 개점휴업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육로를 통한 남북 간 차량 통행은 2017년 1건, 2018년 5976건, 2019년 4235건, 2020년 311건이었다가 그 이후부터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관세청 측은 “2021년부터 기록된 남북한 차량 통행은 통일부 등과의 합동훈련 목적이어서 대북교역과는 관련이 없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향후 남북 교역도 난망하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에서 김정은 체제가 뒤집히는 대정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상당 기간 남북 교역이 재개되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는 대북 세관시설 인력·예산을 축소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하람 의원은 “만성적 세수 부족 상황에서 사실상 방치된 대북 세관시설에 수십억원에 이르는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재고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