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대문로에 위치한 신용회복위원회 모습./이태경 기자

최근 6년간 빚을 갚지 못해 채무 조정을 신청한 직업군인이 3839명에 달하는 것으로 15일 나타났다. 군사 편제로 따지면 2개 연대 규모다. 최근에는 군사기밀인 암구호(暗口號·피아 식별용 비밀 암호)를 담보 격으로 사채업자 손에 넘기고 빚을 낸 군 간부들이 적발되는 일도 있었다.

신용회복위원회가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군 복무자의 채무 조정 신청은 2019년 455명, 2020년 495명, 2021년 493명이던 것이 2022년 753명, 2023년 1015명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8월 기준 채무 조정을 신청한 군 복무자도 628명으로 증가세는 여전했다. 연체가 반복되면서 빚 갚기를 포기하고 채무 조정으로 내몰린 군인이 최근 6년간 4000명에 육박한 것이다. 채무 조정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신용회복위는 채무자 상황에 따라 원금이나 이자를 낮춰주는 방식으로 채무를 조정해 준다.

군인들이 갚지 못한 부채 규모도 해마다 커지고 있다. 채무 조정이 확정된 군 복무자의 평균 채무액을 보면 2019년 3641만원, 2020년 3585만원, 2021년 4423만원, 2022년 5854만원, 2023년 5928만원, 2024년 8월까지 5420만원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고금리, 고물가 장기화로 인한 경기 침체에 따른 것이라고 신용회복위원회는 분석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병영 내 기강 해이도 한 원인이란 지적도 나온다. 실제 2022년 병영 내 299건이던 불법 도박 범죄가 지난해에는 440건으로 1.5배 가까이로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빚더미에 허덕이는 군인들은 안보 위협 요소로도 꼽힌다. 최근 국군 방첩사령부는 담보 격으로 3급 비밀인 암구호 등을 사채업자에게 넘긴 군 간부를 적발했다. 조사 결과, 육군 대위급 간부는 올해 1월 상황실 암구호판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한 뒤 사채업자에게 전송하고, 100만원가량 빌린 것으로 파악됐다. 사채업자들은 제때에 갚지 않으면 “암구호 유출 사실을 군부대에 알리겠다”고 협박했다. 한기호 의원은 “국방부 차원에서 장병 채무를 점검하고, 병영 내 기강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