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경의선·동해선 도로를 폭파한 장소에 대전차 방벽 등 ‘장벽화’ 작업을 할 것으로 우리 군은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올해에만 720억원의 공사비를 투입할 것이고, 향후 군사분계선 전체 장벽화 작업을 위해서는 최대 1조9000억원이 들 것이라는 국방부 분석이 나왔다.
1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방부는 북한이 올 한 해 군사분계선 인근 토목공사 및 콘크리트 방호벽·철책 설치 등 공사비용으로 570억원, 공사 인건비로 150억원을 쓸 것으로 추산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248㎞에 달하는 군사분계선을 따라 비무장지대 전 지역에 방벽·철책 복합 장애물 구축에 나설 경우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향후 20년 동안 공사 비용 약 1조9000억원이 필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연말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 관계’ 발언 이후 군사분계선 북측 비무장지대(DMZ) 일대에 콘크리트 방벽·철책 설치, 지뢰 매설 작업 등을 이어가고 있다. 김명수 합참의장은 지난 10일 합참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DMZ 10곳에서 대전차 방벽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긴 방벽은 수백m 길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장벽’ 설치 작업은 외부 유입 차단 및 내부 인원의 유출·탈출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군은 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DMZ 장애물 건설과 대남 쓰레기 풍선 도발이 기존 탄도미사일 도발에 비하면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쓰레기 풍선을 28차례에 걸쳐 6300개가량 살포했다. 합참은 풍선 제작비를 개당 10만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총 6억3000만원가량을 투입했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비용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액수다. 미국 RAND 연구소에 따르면 북한 탄도미사일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이 1발당 250억~375억원,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급은 1발당 38억~63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2023년 한 해 동안 탄도미사일 발사에 약 3000억원에서 4640억원 정도를 쓴 것으로 나오는데 이와 비교하면 방벽 작업과 오물 풍선 살포는 북 입장에서 가성비가 좋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