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 중인 러시아에 특수부대(폭풍군단) 병력 1500여명을 파병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국가정보원이 18일 밝혔다. 국정원은 현재 러시아 영토 내 군 기지에 주둔 중인 북한 병력 적응 훈련을 마치는 대로 우크라이나 전선(戰線)에 투입될 것이라고 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앞으로 최대 1만여 명에 이르는 추가 병력을 러시아에 파병할 계획이며 조만간 2차 수송 작전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했다. 1만2000여 명 파병은 북한군 해외 파병 역사상 최대 규모다.
국정원은 이날 보도 자료를 통해 “북한이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통해 특수부대를 러시아 지역으로 수송하는 장면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그간 해외 언론 등을 통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국정원이 북한군 파병 사실을 공식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국정원에 따르면, 이번 북한군 파병에는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상륙함 4척과 호위함 3척이 동원됐다. 러시아 함정 7척이 북한 청진·함흥·무수단 인근 지역으로 진입해 폭풍군단 대원 1500여 명을 태워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송했다. 러시아 해군 함대가 북한 해역에 진입한 것은 1990년 이후 처음이라고 국정원은 밝혔다. 북 폭풍군단은 유사시 한국 수도권과 후방에 침투해 주요 시설을 장악하고 교란하는 것을 주 임무로 하는 북한군 최정예 특수작전부대로 알려졌다.
국정원 발표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확인되면서 북한은 다음 달 20일 개전 1000일을 맞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전투병을 파병한 첫 번째 국가가 됐다. 북한은 작년 8월부터 70여 차례에 걸쳐 컨테이너 1만3000여 개 분량의 포탄·미사일·대전차 로켓 같은 살상 무기를 러시아에 지원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국정원은 밝혔다. 이는 지난 6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양 정상회담에서 ‘상호 군사 원조’ 조항을 복원하는 조약을 맺기 이전부터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해 왔다는 뜻이다. 북·러 조약에 따르면, 북한에 급변 사태가 발생할 경우 러시아도 북한에 병력을 파병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보실, 국방부, 국가정보원 수뇌부와 긴급 안보 회의를 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대통령실은 “러·북 군사 밀착이 파병으로까지 이어진 상황은 국제사회를 향한 중대한 안보 위협”이라며 “우방국들과 공조하에 필요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강구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