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징용 피해의 상징적 인물인 양금덕(95) 할머니가 23일 윤석열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인 ‘제3자 변제안’을 수용했다.

양 할머니는 이날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 재단에서 2018년 대법원의 강제징용 확정판결에 따른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수령했다. 그간 양 할머니는 일본 전범 기업이 아닌 민간 기부금 형식의 재단 지원금으로 피해자 배상금을 지급하는 윤 정부의 해법에 대해 “잘못한 사람 따로 있고 사죄하는 사람 따로 있느냐. 그런 돈은 받을 수 없다”며 반대해 왔다.

2018년 대법원은 일본제철과 미쓰비시 등 강제징용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는데, 일본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됐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한일 관계가 악화됐다. 이에 윤 정부는 작년 3월 행정안전부 산하 재단이 민간 기부금을 받아 대법원 배상 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제3자 변제안을 해법으로 내놨다. 재원은 1965년 한일 협정으로 도움을 받은 포스코가 기부한 40억원이 바탕이 됐다.

지금까지 대법원에서 배상 판결을 받은 피해자 15명 중 11명이 1인당 2억~3억원의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수령했다. 그중 생존자는 한 명이었다. 정부 해법을 거부한 4명 중 생존자는 양 할머니와 이춘식(104) 할아버지 2명이었는데 이날 양 할머니가 정부 해법에 동의한 것이다. 이 할아버지 역시 조만간 재단에서 판결금을 수령할 것으로 알려졌다. 1944년 일제 강제징용으로 미쓰비시 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에서 중노동을 했던 양 할머니는 1992년부터 한일 양국을 오가며 강제징용 피해를 증언해 왔다.

양 할머니의 배상금 수령은 현재 재판 중인 다른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2018년 대법원 판결 이후 현재 비슷한 강제징용 배상 소송이 전국에서 80여 건 진행 중이며 원고는 약 1200명이다. 정부는 이 중 200~300명이 승소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