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언론인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훈련받는 북한군의 모습이라며 짧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텔레그램

러시아로 파병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과 처음 교전을 벌였다고 우크라이나와 미국 정부가 밝혔다. 북한군 1만명 이상이 러시아로 파병되면서 전장 투입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왔는데, 북한군이 교전 후 사망했다는 보도를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부가 확인한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5일(현지 시각) 영상 연설에서 “북한군과 첫 전투(first battles)가 전 세계의 불안정성에 새 페이지를 연다”며 “전쟁을 확대하려는 러시아의 이번 조치가 패배로 끝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우크라이나군과 북한군 간 소규모 교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미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상당한 수(a significant number of)의 북한군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언급한 ‘첫 교전’으로 사망한 북한군은 정찰부대 등 소규모 인원일 것으로 추정된다. NYT는 “북한군과의 교전은 제한적으로 이뤄졌다”며 “전선의 약점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군 고위 관계자는 5일 본지에 “지난 수일간 쿠르스크주 스베르들리코보 북서쪽 등에서 러시아군과 수십 차례 교전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아시아계 군인들을 목격했다. 해당 병력이 북한군인지, 또 이들이 전투에 어느 정도 참여했는지 계속 평가 중”이라고 했다.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된 북한군이 러시아 교관 지도에 따라 지뢰 매설 훈련을 받는 모습도 공개됐다. 우크라이나 유력 언론인 안드리 차플리엔코는 5일 소셜미디어에 이 같은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올리고 “북한군은 러시아 교관과 의사소통하기 위해 그들의 어휘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동영상에는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장병들이 러시아 군복 차림에 소총을 멘 채로 “약하다”라는 뜻으로 추정되는 러시아말을 읊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북한이 교전 당사자가 되면 러시아-우크라이나전에 제3자가 개입하는 것으로 확전 가능성이 커진다. 우크라이나는 북한 본토 공격을 포함한 자위권 행사의 명분을 갖게 되고 무기 지원과 병력 파견에 선을 그어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도 움직일 수 있다.

우리 정부도 북한군의 전투 참여를 ‘단계적 대응 조치’의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북한군과의 소규모 교전이 미국과 우크라이나를 통해 확인된 만큼 향후 전개에 따라 우리나라가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하는 등 대응 수위가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정부 고위 관계자는 6일 기자들과 만나 “본격적인 전투는 개시하지 않았다고 보는 상황”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통화하고 북한군의 참전 동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 대표단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했고, 더 심도 있는 협의를 위해 우크라이나 특사의 방한을 논의하고 있다“며 ”나토와도 긴밀히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뤼터 총장은 ”한국과 나토를 비롯한 가치 공유국들이 연대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두 사람의 통화는 지난달 1일 뤼터 총장 취임 이후 세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