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했던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5일 “한국이 미국의 안보 정책에 무임승차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부담을 줄이는 것은 중요하다”며 “예를 들어 한국이 예멘에서 후티 반군과 문제가 있을 때 홍해에 한국 구축함을 파견해 도와주면 어떤가”라고 했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이날 트라이포럼과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이 개최한 심포지엄에 화상으로 참석해 “미국이 전 세계 방위비 분담을 대부분 짊어지는 건 이제 끝나야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한국이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 방위비 지출을 늘리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문제는 한국에 많은 수의 미군이 주둔해 있고 이에 따른 미국의 부담이 크다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약 14조원)를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2026년부터 1조5192억원의 방위비를 분담하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지난달 타결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를 뒤집을 가능성이 있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한국의 협상 전략으로 “한국이 한미 동맹에 기여하고 있다는 홍보를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홍해에 한국 구축함을 파견한다고 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국군은 소말리아 해적을 물리치는 데 놀라운 역량을 보여줬다. 한국 해군은 강하고 미국 해군과 상호 보완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중동 지역 등에서 한국군의 역할 확대로 미국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논리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어느날 갑자기 김정은이 정신이 나가지 않는 이상 비핵화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는 트럼프와 김정은의 북미 회담이 쉽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트럼프가 취임하면 24시간 이내 종전시키겠다고 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그는 “전쟁이 계속될 수도 있다. 북한이 파병을 하면서 계속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며 “현재 푸틴이 종전 협상에 나설 동기도 없어 보인다”고 했다.
트럼프가 모든 미국 수출품에 10~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보편적 관세 정책에 대해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일본이 20~30년 전에 하던 대대적인 대미 투자를 지금은 한국이 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미 미국에 투자하는 나라들, 미국에 생산시설을 설립한 국가들은 관세 대상이 아니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했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현대차의) 제네시스는 사람들이 미국 브랜드로 알 정도로 현지에서 고용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관세 문제에 대해서 한국은 잘 대처할 것이고, 큰 문제가 안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