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과나눔 재단과 공감한반도연구회가 19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미 트럼프 정부 출범과 국제정세 및 한반도 통일’ 컨퍼런스에서 국제 관계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의 위기는 과대평가할 필요가 없으며 우리의 대응 역량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윤덕민 공감한반도연구회 대표(전 주일대사)는 개회사에서 “트럼프 이후 우리가 처한 안보 전략 환경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라면서도 “거래의 달인이라고 하는 트럼프와 우리가 어떤 거래를 하느냐에 따라 트럼프 정부의 재등장은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반도체든 조선업이든 안보 동맹 핵심 파트너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 대표는 “미 의회도 있기 때문에 주한미군 철수도 쉽지 않아 보이고, 트럼프 정권은 단임 정권일 수밖에 없다”며 “주한미군 철수 압박을 통해 다른 걸 얻으려는 목적도 있다. 이 기회에 한국 방위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한다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될 거라고 예측한 사람은 많았지만 속으로는 해리스 당선을 원했던 사람도 많았을 것”이라며 “막상 트럼프가 당선되고 나니까 대한민국의 국익과 안보를 앞으로 어떻게 지키고 신장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 트럼프 2기의 도전은 국제 안보와 통상 외교에 주로 맞춰질 것”이라고 했다.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개인적 인간관계, 일방적 양자 관계에서의 거래를 선호하는 트럼프 리더십 스타일을 볼 때 윤석열 정부는 트럼프와의 개인적 신뢰관계 구축에 모든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 때 대미 외교에서 중요했던 것이 가치와 이념이었다면 트럼프 2기를 대할 때 중시해야 할 것은 이익을 따지며 주고받기를 계산하는 상인적 현실 감각”이라고 했다. 윤 이사장은 한국의 대응 전략으로 정상외교·고위급 인적 네트워크 외교 강화, 트럼프 2기의 무리한 정책 추진에 대한 한일 공동 협력 대응, ‘글로벌 사우스’ 등 미중 이외 지역에서의 한국 외교 공간 확장 등을 꼽았다.
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가 고립주의라고 하는데 국제주의의 선택적 관여 정책은 유지할 것으로 본다”며 “지역간 전략적 중요도는 아시아, 유럽, 중동 순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중국 견제가 과거 소련 봉쇄처럼 미국의 국가안보 정책의 핵심이 될 것”이라면서도 “중국에 대한 강경한 균형 정책은 주로 무역 경제 정책에서 올 것이고 국방비 경쟁이나 지역별 군사 개입으로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조영진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우리 기업이 투자해 (폐지시) 우려가 예상되는 반도체지원법이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이미 연방의회를 통과했기 때문에 아무리 트럼프가 상·하원을 (선거에서 이겨) 아우른다 해도 대통령 혼자의 의지만으로 이를 폐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조 교수는 해당 법안의 수혜가 주로 공화당 우위 주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들며 “(트럼프가) 시행 세칙을 통해 보조금을 간소화 하는 정도는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차정미 국회 미래연구원 국제전략연구센터장은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 불확실성을 강조하며 대선 당시 캠페인으로 주장했던 트럼프의 많은 공약들이 취임 이후 실제 현실화 될 수 있을지조차 현재 시점에서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허윤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의 통상 정책은 균형·공정·상호 무역”이라며 “대미 무역 흑자국에 대한 무차별 압박이 예상되고, 트럼프는 한국을 중국과 동일선상에 놓는 등 동맹국을 가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허 교수는 “트럼프가 보편적 관세를 (우리나라 같은) FTA 체결국에 적용할 건지 말 건지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며 “실제 얼만큼의 관세를 부과할지는 앞으로 우리의 외교적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 정치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방위비 분담금 100억달러, 주한미군 철수 이야기를 하는 것은 미국에서 트럼프 말고는 없다”며 “트럼프는 4년짜리다. 우리가 너무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윤영관 이사장은 트럼프 2기에서의 한반도 통일 의미와 관련 “미북 협상 진전으로 남북 긴장이 완화되면 통일을 앞당기는 방향이 될 수 있지만 그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없다”면서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펼쳤다고 해서 우리가 통일에 대한 기존의 입장을 포기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했다. 윤 이사장은 “국제 정치의 권력은 변화무쌍하다. 지금은 견고한 것처럼 보여도 언제 어떤 상황이 벌어져 권력이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그러한 경우를 염두에 두고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내부적 통일 역량을 키워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