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가 주한 미군에 반입된 지 2년이 지난 2019년에도 미군 수백 명은 구(舊) 골프장 클럽하우스에 야전침대를 놓거나 임시 컨테이너형 숙소에서 생활했다. 사드 정식 배치가 지연되고 시위대가 물자 육로 수송을 막으면서 벌어진 일이다. ‘육지 속 섬’처럼 필요 물자는 헬기 등으로 겨우 공수했다. 음식 보급이 원활하지 않아 전투식량으로 끼니를 때울 때도 많았다고 한다. 사드 운용 시설을 가동하는 발전기를 돌릴 유류도 주 2~3회 헬기로 날라야 했다. 마크 에스퍼 당시 미 국방장관은 “직접 가본 사드 기지 생활 여건은 너무 끔찍했다”며 “문재인 정부가 중국 눈치를 보느라 사실상 방치했기 때문”이라고 회고록에 썼다. 그는 “2020년 한국에 ‘계속 이렇게 방치하면 사드의 한반도 철수를 고려하겠다’고 통보했다”고도 했다.
#2. 2020년 5월 28일 밤과 29일 새벽 사드 반대 집회에서 5명이 다쳤다. 한미는 사드 기지 노후 미사일 등 장비 교체를 위해 육로 수송 작전을 벌였는데, 이를 막으려는 주민과 경찰 간 몸싸움이 벌어졌다. 마찰을 예상한 군은 은밀히 장비를 반입하려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청와대 관계자가 사드 반대 시민 단체에 작전 일시를 미리 알려준 정황이 있었던 것으로 감사원은 보고 있다.
사드는 점증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형 무기로,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배치가 결정됐다. 중국은 사드 레이더가 자국 미사일 탐지에 사용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대했지만, 우리 안보를 위한 선택이었다. 2017년 4월 사드 레이더와 포대 2기가 경북 성주 기지에 임시 배치됐다. 하지만 중국을 의식한 문재인 정부 청와대, 더불어민주당의 소극적 태도와 시민 단체의 반대로 정식 배치는 6년이 걸렸고, 그사이 사회적 비용만 커졌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 ‘긴급 브리핑’을 열고 “성주에 이미 설치된 사드 발사대 2기 외에 4기의 발사대가 비공개로 한국에 추가 반입돼 보관돼 있는데, 국방부는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른바 ‘보고 누락 사태’다. 문 대통령은 “충격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시 국방부는 사드 한 포대가 반입됐다고 서면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 한 포대는 레이더와 발사대 6기로 구성되기 때문에 2기 외에 4기가 더 들어오는 것은 예정된 절차였다. 4기가 들어와 이동하는 장면이 TV에 방영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알면서도 ‘국기 문란’으로 문제 삼은 것이다.
2017년 10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 (한·미·일) 3국 간 군사 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답변하며 사드와 관련한 ‘3불 1한’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사드 추가 배치를 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체계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 동맹을 맺지 않고, 사드가 중국을 겨냥하지 않도록 운용을 제한한다는 의미다. 이를 중국에 약속해 준 것은 군사 주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다.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은 사드가 성주에 배치되기 약 반년 전인 2016년 8월 반대 집회에 참석해 가발을 쓰고 춤을 추며 대중가요를 개사한 ‘사드 괴담송’을 부르기도 했다. “사드 전자파에 내 몸이 튀겨질 것 같다”는 내용이다. 사드 반대 세력은 “사드 전자파가 성주 참외를 오염시킨다”는 괴담을 퍼뜨렸다. 문재인 정부는 사드 전자파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결과를 수십 차례 확인했지만 공개하지 않았다. 전자파 평균치는 인체 보호 기준의 0.004%에 불과했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5월에 사드에 대해서는 국회 비준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당론을 채택하고 그에 따라 배치와 운용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은 사드 배치 전에 실시하는 환경영향평가를 6개월 안에 끝나는 소규모 평가에서 1년 이상 걸리는 ‘일반 환경영향평가’로 바꿨다. 하지만 이후 문재인 정부 5년간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평가위원회 구성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한미 동맹도 위기를 맞았다. 2021년 3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외교·국방장관(2+2) 회담에서 “사드 기지를 지금 같은 상태로 계속 방치할 것이냐”고 문제를 제기하며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고 했다. 군사적으로 민감한 사드 성능 개량과 무관하게 장병들의 기초적 생활을 위한 물품 반입과 공사조차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동맹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unacceptable)’이라는 취지의 언급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지 장병들의 안정적 주둔을 위한 공사가 사드 반대 단체의 저지로 수년째 진전을 보지 못하자 미국 측이 동맹에 대한 근본적 의심까지 제기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사드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022년부터 환경영향평가에 들어갔고 지난해 6월 사드 레이더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지난해 10월에야 정식 배치됐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보급 물자와 병력, 장비 등을 지상으로 제한 없이 수송하는 조치도 단행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사드 반대 집회가 열렸던 성주 소성리마을회관은 지금은 조용한 상태다. 사드 반대 집회 천막과 ‘사드 빼야 진짜 평화’ ‘미군 빼야 진짜 자주’ 등 각종 현수막이 걸려 있던 회관 앞 단상은 아무런 문구도 없는 하얀 천막으로 새로 단장돼 있다. ‘사드 전자파가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나오고 집시법 위반 등 혐의로 집회 참가 주민들에 대한 고발과 재판이 이어지면서 집회 동력이 사라진 것이다.
마을회관 맞은편에 집회를 위해 불법으로 설치돼 있던 컨테이너 5동도 소성리 주민들이 모두 자진 철거했다. 19일 마을 인근에서 만난 주민 A씨는 “6월에 집회 천막 다 철거하고 마을회관을 주민 품으로 가져온 것”이라며 “이제 소성리 사람들은 집회 안 한 지 꽤 됐다”고 했다. 사드 반대 집회 참가자 수는 해마다 줄어들었다. 2016년엔 6000여 명이었으나, 2021년엔 50여 명으로 줄었고, 올해는 20~30명으로 줄었다. 그마저도 소성리 주민은 없다고 한다. 소성리 주민 없는 사드 반대 집회는 1주에 2~3회 정도 타지에서 온 반대 단체 관계자들이 미군 사드 기지로 들어가는 길목인 ‘진밭교’에서 지속 중이다.
☞3불 1한
3불(不)은 국내 사드 추가 배치, 한국의 미 미사일 방어(MD) 체계 참여, 한·미·일 군사 동맹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1한(限)은 중국을 겨냥하지 않도록 사드 운영을 제한한다는 용어다.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 사실상 약속해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정부 국방부 문건에는 “양국(한중)이 합의한 ‘3불 1한이 유지돼야 한다” 같은 표현이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