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상현(5선) 의원은 19일 본지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한번 하겠다면 반드시 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매우 예측 가능하다”며 “트럼프 2기는 한국의 준비 여하에 따라 기회의 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국제정치학 박사 출신의 윤 의원은 2019년 트럼프 1기 때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맡는 등 국회 내 외교·안보 전문가로 꼽힌다.
윤 의원은 “트럼프는 1987년 뉴욕타임스 광고를 통해 지금과 같은 동맹국 방위비 인상을 같은 논리로 요구했을 만큼 생각이 일관적”이라며 “일본은 지금 선제적으로 방위비를 인상해 부담하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트럼프는 한국에 전략자산 전개 비용도 받겠다는 것인데, 그러면 우리도 돈 내고 받을 건 받자고 해야 한다”고 했다. 윤 의원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포함해 왜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호주한테만 전수하는지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며 “한반도 비핵화 원칙은 지키되 한반도 주변 공해상에 핵탄두를 장착한 미국 핵잠수함을 상시 배치하는 식의 한미 핵공유를 요구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 의원은 또 “한일의원연맹(1975년 출범), 한중의원연맹(2022년 출범) 같은 한미의원연맹을 조속히 만들어 국익을 위한 적극적인 의원 외교를 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1일 중국은 한국 관광객에 대한 15일 무비자 정책을 발표했는데, 우리 외교부도 사전에 몰랐을 만큼 전격 발표로 여겨졌다. 윤 의원은 “지난 9월 한중의원연맹 의원단과 베이징을 방문했는데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앞으로 한중 간 인적 교류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고 하더라”며 “당시에는 그냥 덕담인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무비자 정책에 대한 힌트를 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의회에도 우리 국회와 협력·교류할 수 있는 공식 상대를 만들어 놓고 양국 보좌진끼리도 교류를 시작해야 한다”며 “미국은 보좌진 출신들이 백악관 등에서 중책을 맡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윤 의원은 “한국 대표단이 워싱턴에 가면 몇몇 한국과 관련된 미 인사들만 반복적으로 만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정작 지금처럼 트럼프 주변 핵심 측근들에 대한 접근은 힘든 경우가 있다”며 “인간적 신뢰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정도의 인적 교류를 양국 의회부터 체계적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윤 의원은 내년 1월 20일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 전에라도 윤석열 대통령의 특사를 파견해 한국이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 최고의 안보·경제 동맹 파트너라는 점을 확실히 인식시켜야 한다고 했다. 윤 의원은 “일부 일본 의원들도 같은 주장을 하고 있는데, 방위비 협상이든 통상 문제든 한일 연대로 트럼프 2기에 공동 대응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주한미군을 대중국 견제에까지 유연하게 활용하려는 트럼프가 한·미·일 협력을 강조하다 보면 중국은 오히려 우리에게 유화책을 쓰며 다가올 수밖에 없다. 트럼프 2기는 역설적으로 한국 외교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