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는 26일 ‘사도광산 추도식’ 논란과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가 주한 일본대사관을 접촉해 한·일 협의 과정에서 보여준 태도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고 했다. 일본이 당초 약속과 달리 사도광산 추도식에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으로 고통받은 조선인 희생을 기리는 추도 메시지를 포함시키지 않을때까지 뒷북 대응으로 일관한데 이어 유감표명도 한 발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이 2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사도광산 관련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부는 이날 오후 2시 넘어 기자단에 보낸 문자 공지에서 외교부 당국자가 전날 주한 일본대사관 측과 접촉해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며 “이 문제가 더 이상 불필요한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고 개별 사안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긴밀히 소통할 것을 당부했다”고 했다. 외교부는 우리쪽 당국자가 접촉한 일본대사관측 인사의 급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접촉 형식과 관련해 “초치는 아니다”고 했다.

일본은 지난 7월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한국에 추도식 개최 등을 약속했다. 이에 지난 24일 사도섬에서 추도식이 열렸지만 일본이 야스쿠니 참배 전력이 있는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을 정부 대표로 내세운 사실이 알려져 국내에서 논란이 일었다. 추도사에도 조선인 노동자에 대한 강제동원 관련 내용이 담기지 않는 등 일본의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한 한국 정부가 불참하면서 반쪽짜리 행사가 됐다.

일본은 한일 합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은 ‘반쪽 자리 추도식’에서도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였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추도식 불참에 대해 “유감”이라며 행사 파행을 한국 책임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을 했다. 정부는 하야시 장관의 발언 이후에도 ‘유감 표명’ 등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당초 이쿠이나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일본 교도 통신이 2년 전에 보도했던 내용이다. 교도 통신은 하야시 장관이 오전 9시에 열린 추도식에서 “이쿠이나 정무관이 참의원 취임한 이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사실이 없다고 인지하고 있다”고 한 이후 오후 7시쯤 2년전 보도 내용이 잘못 된 것이라며 “깊이 사과”한다는 입장을 냈다.

하야시 장관의 “유감 표명”발언에 대해 외교부가 입장을 낸건 오후 8시36분쯤으로 뒤늦은 입장 공지에도 “유감”이란 표현은 들어가 있지 않았다. 외교부는 언론에 공지한 문자에서 “이미 밝힌대로 우리 정부가 일측 추도식에 불참하고 우리 자체 추도행사를 개최한 것은 과거사에 대해 일측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우리 정부의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라며 “우리 정부가 일측 사도광산 추도식에 불참하기로 한 데에는 일측 추도사 내용 등 추도식 관련 사항이 당초 사도광산 등재시 합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중요한 고려사항이었다”고만 했었다.

외교가에서는 이번에 한일 사도광산 추도식 행사가 파탄난건 일본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책임도 크지만 사전에 구체적 사항을 점검하지 않은 우리 측 책임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일본 외교관들이 대체로 굉장히 보수화되어 있는데 최고 책임자인 사무차관, 심의관, 국장 등과 비공식 접촉해 설득하는 노력이 없었던 것 같다”며 “외교부 중간 간부와 실무자들에게만 맡겨둔 결과이고 주일 한국대사관과 일본 외무성 채널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