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특수선사업부 야드에서 8200t급 ‘정조대왕함’ 인도식이 열리고 있다. /뉴시스

북한 탄도미사일 탐지‧추적은 물론 요격까지 가능한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이 지난달 27일 해군에 인도됐다. 함장이 이례적으로 마이크를 잡고 인사하자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다는 목격담이 전해졌다.

지난달 2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조대왕함 인도식 갔다 옴’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어제 정조대왕함 인도식에 갔다 왔는데 출항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어서 찍었다”며 1분가량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는 정조대왕함을 이끌게 된 해군 함장이 수년에 걸쳐 배를 만드느라 고생한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에서 함장은 “여러분들과 함께하며 정조대왕함의 건조 과정을 직접 지켜볼 수 있었던 지난 2년간의 세월은 큰 영광이었다”며 “폭염과 혹한 속에서 여러분이 흘린 땀방울과 열정 덕분에 정조대왕함은 대한민국의 바다를 지킬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여러분들이 만들어준 정조대왕함을 포함한 90여 척의 군함들은 대한민국 해군 전투력의 중심이자 역사였다”며 “진정한 애국자이신 여러분께 해군을 대신해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감사 인사드린다”고 했다.

함장은 “오늘 정조대왕함은 여러분의 품을 떠나 해군으로 간다”며 “여러분들이 보여준 헌신과 열정을 영원히 기억하며, 조국의 바다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힘 ‘정조대왕함’은 조국 해양 수호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HD현대중공업, 방위사업청, 국방기술품질원을 비롯한 모든 관계기관 여러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며 “안녕히 계십시오”라고 인사했다.

A씨는 “함장이 마이크 잡고 인사하기 시작하니까 현대중공업 직원들 다 나와서 배웅하더라”며 “몇몇 사람들은 눈물 흘리는 것 같던데, 직원들은 정이 많이 들었나 보더라. 함장도 감성적으로 글을 잘 썼더라”고 했다.

군함의 함장은 배가 처음 인도되거나 다른 나라 항구에 정박해 있다가 그 나라 국민에게 큰 도움을 받은 경우, 전투에서 이기고 돌아온 경우 등 특별한 때에는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조선소 사람들은 애지중지 키운 자식 결혼시키는 기분 같다더라” “함장님이 담백하게 말씀을 정말 잘한다” “낭만이 느껴진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정조대왕함의 기관포 형태 근접방어무기체계 '팰렁스 CIWS'. 분당 4500발의 속도로 탄환을 쏟아내 미사일을 추격하며 요격한다. /유튜브 HD현대중공업

정조대왕함은 우리 기술로 설계‧건조된 국내 네 번째 이지스 구축함으로, 8200t급으로는 첫 번째다. 최신 이지스 전투체계를 탑재해 탄도미사일에 대한 탐지 및 추적뿐만 아니라 요격 능력까지 보유해 ‘해상 기반 기동형 3축 체계’의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3축 체계는 적 미사일의 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발사 전에 제거하는 킬체인에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와 대량응징보복(KMPR)을 더한 개념이다.

여기에 적의 눈에 띄지 않는 스텔스(은폐) 성능을 강화했고, 잠수함 같은 수중 위협을 탐지‧대응하는 능력도 좋아졌다. 대잠수함 작전을 위해 국내 기술로 개발한 첨단 통합소나체계가 탑재됐고, MH-60R(시호크) 해상작전헬기도 탑재할 수 있어 주요 전략 표적에 대한 원거리 타격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