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한 지난 3일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방첩사령부와 협조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정치인들을 체포하라고 직접 지시를 내린 것으로 6일 알려졌다. 그런데 국정원 관계자는 “홍 차장은 윤 대통령 체포 지시와 관련 없는 불필요한 정치적 발언이 문제가 돼 국정원 내부적으로 경질 인사조치가 결정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홍 차장의 ‘정치적 발언’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복수의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홍 차장은 지난 3일 밤 윤 대통령으로부터 방첩사와 협력해 한동훈 대표를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한 정보 소식통은 “대통령이 직접 홍 차장에게 전화해 구두 지시를 내렸고 홍 차장은 ‘국정원에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조직과 인력도 없고 지시를 이행할 수단도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고 이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홍 차장은 이날 오전 본지의 사실 확인 요청에 문자로 “다음에 좋은 기회가 있겠죠”라고 답했다. 조태용 원장은 본지의 사실관계 확인 요청에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 국정원 관계자는 “인사는 아직 확정된게 아니다”며 “이번일(계엄사태)과 연관됐다는건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홍 차장은 부서장들과 고별 간담회까지 했으나 이날 오전 국정원에서 다시 나오라는 연락을 받고 출근한 상태라고 한다.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인 체포 지시를 직접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조 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신성범 정보위원장과 면담한 뒤 기자들에게 “이번 비상계엄과 관련해 대통령이 국정원장에게 정치인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전혀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그런 일(체포 지시)이 있었다고 보도가 났을 때 홍 차장에게 직접 ‘그런 지시를 받은 게 있냐’고 확인했는데 본인이 ‘오보’라고 했다”며 “그런 사실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정원은 비상계엄 당시 정치인 체포에 어떤 행동이나 조치를 한 적이 없다”며 “비상계엄과 관련해 우리가 어떤 조치를 한 게 있으면 국정원장한테 지시하지, 원장을 제외한 다른 사람에게 그런 일 하는 경우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원장은 이날 홍 차장 경질 사유와 관련해 “(계엄 해제 뒤인) 4일 오후에 1차장이 ‘안보가 중요한데, 초당적 단합이 중요하니 (원장이) 이재명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설명하는 게 어떠냐’고 얘기했다”며 “그건 정치적 중립에 어긋나므로 할 수 없고, 정치적 중립 면에서 1차장이 적절치 않다 생각해서 5일에 대통령에게 교체를 건의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홍 차장은 지난해 11월 인사 파동 논란에 김규현 원장이 경질됐을 당시 해외 정보수집·분석을 총괄하는 1차장에 임명됐다. 홍 차장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이뤄진 지난 10월 정부 대표단 단장을 맡아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와 유럽연합(EU) 관계자들과 만나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동향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