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장련성 기자

10일 국회 국방위원회가 비상계엄과 관련한 긴급 현안질의를 하는 과정에서 군사기밀과 보안사항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의원과 군 장성 간 질의·응답에서 합동참모본부 내부 기밀시설의 구조와 첩보기관 요원의 실명(實名) 등이 거론되는 장면이 고스란히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된 것이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 선포를 전후해 합동참모본부 결심지원실(결심실)과 지휘통제실에서 벌어진 상황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했다.

박 의원은 ‘결심실에서 계엄과 관련한 윤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느냐’는 취지로 물었고, 박 총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 뒤인 오전 1시 30~40분쯤 윤석열 대통령이 결심실을 찾았고,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간단한 현안 보고가 있은 뒤 결심실 내에 장시간 침묵이 이어졌다고 답했다.

그러자 박 의원이 “그 전에 계엄사령관과 장관은 어디에 있었나”라고 물었고, 박 총장은 손짓과 함께 “장관은 전투통제실에 계셨다”라면서 합참 내부 구조에 대해 얘기했다.

박 총장은 이후 ‘추가 설명’을 하겠다면서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에게 발언 기회를 달라고 했다. 박 총장은 “지휘 통제하는 곳의 위치에 대한 개념을 설명드리고 싶다”며 지휘통제실과 전투통제실의 구체적 위치를 재차 언급했다.

그러자 성일종 위원장은 “층수 등을 이야기 해도 되는 것이냐. 보안사항에 걸리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박 총장은 “제가 다시 정정을 하겠다”라고 답하면서도 또다시 합참 내 전투통제실과 회의실의 위치 등을 양손을 써가면서 설명했다. 그러자 김선호 국방차관이 “지금 총장이 중요한 전투시설에 대한 개념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건 끊어주셔야 한다”고 제지했다.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계엄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요원들의 실명도 언급됐다. 박선원 의원은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을 상대로 질의하면서 “○○○ 알아요, 몰라요?” “○○○후임인 ○○○ 몰라요?” “○○○은 가까운 참모지 않느냐” 등 정보사 소속 요원 5명의 실명을 여러 차례 반복해 언급했다. 문 사령관은 “그건 저희 인원”이라며 정보사 소속이 맞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보안 사항이 잇따라 공개되자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은 손을 들고 발언 기회를 요청했다. 이 사령관은 “정보 요원들은 굉장히 중요한 자산인데 그 정보 요원들 이름을 대면 큰일 난다. 시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마찬가지”라며 “저희들이 쌓아온 그 굉장한 자산들이 그냥 함부로 하나씩 날아가는 것이 굉장히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국회 국방위 군사기밀 관련 주요 질의응답

=박안수 “위원장님, 총장이 조금 발언드릴 수 있는 시간 주실 수 있겠습니까?”

=성일종 “말씀하시기 바랍니다”

=박안수 “설명 드리는 게 조금 빨리 지나가서 이해가 잘 안되시는 분 계실 거 같아 간단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첫번째는 지휘통제하는 곳의 위치에 대한 개념을 설명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합참에, 잘은 몰랐지만, 한층 높은 O층에 지휘통제실이 있습니다.

=성일종 “그런 걸 다 이야기 해도 되는 겁니까? 층수나 이런 것 다 얘기해도 되는 거에요? 보안사항에 걸리는 것 아녜요?

=박안수 “예, 그건 제가 다시 정정을 하겠습니다”

=성일종 “그런 걸 좀 고려를 해서”

=박안수 “네, (양손으로 손짓하며) 여기 위에 하고 한층 높은곳하고, 한층 낮은 곳이 있고 한층 높은 곳에 회의실이 있습니다.…(이후 회의실 내부 구조 등 구체적 설명)

=김선호 국방부 차관 “지금 총장이, 중요한 전투시설에 대한 개념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건 끊어주셔야 합니다

=성일종 “총장님, 지금 그것들이 의원님들 질의사항과 연계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만약 그런 거 있으면 개별적으로 말씀해주시고, 보충 질의 마치려 합니다. 보충질의까지 마쳤는데 수정할 게 있거나 약간 보충할 게 있으신 분 계신가요?”

(이진우 수방사령관 손을 들자)

=성일종 “손 드신 게 누구죠?”

=이진우 “예, 전 수방사령관 이진우 장군입니다.”

=성일종 “어떤 내용을 하고싶은가요? 마이크 드리세요. 짧게 하시기 바랍니다. 나오셔서 하세요 마이크가 없으면”

=이진우 “먼저, 여기 계신 우리 의원님들 그리고 국민 모든 분들께...”

=성일종 “아이, 그런 얘기 하지 마세요 지금. 여기 뭐 인사하는 줄 알아요? 본인이 할 이야기, 위원들 질의에서 빠진 거 있거나 정정할 거 있으면 그거만 이야기하세요”

=이진우 “지금 질의하시는 중에 굉장히 정보 요원들은 굉장히 중요한 자산인데 그 정보 요원들 이름을 대면 큰일 납니다. 그 부분도 마찬가지고 그 다음에 시설에 대한 얘기하는 것도 마찬가지고 저는 지금 저희가 물론 답변을 드리지만 저희들이 쌓아온 그 굉장한 자산들이 그냥 함부로 하나씩 날아가는 것이 굉장히 마음이 아픕니다.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