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앞두고 노상원 전 정보 사령관과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안산의 한 햄버거집에서 만나 계엄을 사전에 모의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사진은 18일 오후 ‘12·3 비상계엄’ 직전 전현직 정보사령관들이 계엄 직전 햄버거 프랜차이즈 롯데리아에서 비밀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경기 안산시의 한 롯데리아 매장의 모습./뉴스1

검찰·경찰 등은 12·3 비상계엄 때 국군 정보사령부가 산하 북파공작부대(HID) 요원들을 정치권 주요 인사 체포 관련 작전에 투입하려 했다는 의혹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ID 요원들이 계엄 선포 당일 상부에서 대기하라는 명령을 받은 정황과 진술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18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예비역 육군 소장)은 구속됐고, 공조수사본부가 문상호 정보사령관(육군 소장)을 체포했다.

문상호 국군 정보사령관(왼쪽)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문 사령관과 노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당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긴밀히 소통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특히 노 전 사령관은 지난 4일 새벽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된 직후 김 전 장관과 두 차례 이상 통화한 것으로 알려져 김 전 장관 비선(祕線)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찰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으로부터 “계엄 선포 직후 김 전 장관이 선관위에 방첩사 병력 투입을 지시하면서 ‘노상원과 연락해 상황 조치하라’고 했다. 현재 사령관(문상호)이 아닌 전임 사령관을 왜 언급하는지 의아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육군 참모총장 비서실장을 할 때 그의 참모로 근무했고, 문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이 박근혜 청와대 경호실 군사관리관으로 근무했을 때 청와대에 파견 근무한 인연이 있다.

수사 당국은 계엄 선포 이전부터 김 전 장관이 문상호·노상원 두 사람과 수차례 통화하며 계엄을 모의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사 요원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인 3일 밤 10시 31분쯤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들어가 전산 서버 등 내부 장비를 촬영했다.

문 사령관은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에서 HID 요원 투입 관련 질문에 “(판교에) 특수 인원 5명 포함, 30여 명을 대기시켰다”고 답했다.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계엄 당일 판교에 집결한 정보사 요원들은 ‘계엄 상황 관리 태스크포스’ 임무를 부여받았다고 한다. 계엄이 해제되지 않았다면 이들이 정치 요인 체포 임무 등을 담당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판교 소집 요원들은 2주 이상 생활할 수 있는 개인 용품들을 챙겨 왔다고 한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문 사령관이 10월 30일쯤 인원들을 선발하라고 지시했고, 지난달 7일 (선발된) 인원들은 휴가를 보내지 말라고 했다”며 “지난달 14일에는 이들에게 휴가를 가도 된다고 했다는데, (윤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에 가기로 결정하면서 (계엄이 미뤄져) 해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 외에 정보사 OB(올드보이·예비역) 참여 규모가 더 클 수 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 초안을 작성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