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상법 개정안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기존에 구축된 한·미·일 안보 협력 체계가 흔들리고 중국의 한국 내 영향력이 커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미국 조야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비난받아야 할 잘못된 선택이지만, 미국·일본과 긴밀히 협력해 온 외교·안보 노선은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18일 “윤 대통령 탄핵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미·일 협력을 통해 중국 패권주의를 견제하려 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의 노력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집권하면 바이든이 서울과 도쿄를 중재해 이룬 한·미·일 3자 관계가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고 했다.

폴리티코는 이 대표를 “압도적 인기를 얻고 있는 차기 대선 후보”로 소개하면서 “(그가 집권할 경우) 일본에 갖는 뿌리 깊은 반감을 이용해 일본에 대한 외교적 다리가 됐던 윤 대통령 역할을 뒤집고, 한·미·일 협력에 대한 한국의 약속도 뒤집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 이 대표를 두고 “중국에 대해 (현 윤석열 정부와) 매우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미·중 사이에서) 한국이 누군가를 편들 압박을 받지 않기를 바란다”(2021년), “공연히 잘 있는 중국에 쓸데없이 과도하게 시비를 걸어서 관계를 악화시킬 필요가 없다” “대만해협을 갖고 그들이 싸우든 말든 우리는 ‘기존 질서를 존중한다’고 우아하게 한마디만 하고 넘어가면 된다”(이상 지난 3월) 등 양안(중국과 대만) 정세와 관련한 이 대표의 과거 발언을 소개했다. 이 대표의 이런 인식은 한·미·일을 비롯한 자유 민주 진영 국가들이 최근 몇 년 동안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를 주창하며 보조를 맞춰온 것과는 다소 온도 차가 있다.

폴리티코는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윤 대통령이 워싱턴에 취했던 친근감을 보이는 접근 방식을 답습하지 않고, 한미 동맹을 우선시하는 경향도 적을 것”(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USIP) 연구원),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 일본이 식민 지배 기간 한 행동에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그렇게 할 때까지 제대로 대화하지 않겠다’고 할 수도 있다”(로버트 서터 조지워싱턴대 교수) 등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목소리도 소개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태로 한·미·일 안보 협력 구도가 흔들리고 그 틈을 중국이 파고들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2기 국무 장관으로 지명된 마코 루비오 상원 의원은 VOA(미국의소리) 인터뷰에서 “중국이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을 이용하려 들 것이며 이는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원 외교위원장 벤 카딘 의원 역시 VOA에 “중국은 가능한 한 많은 ‘친중 동조자(pro-Chinese sympathizers)’를 원하기 때문에 기회가 보이면 움직일 것”이라며 한국 상황에 대한 중국의 개입 가능성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