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대(對)중국 외교에서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주중 대사 임명 절차가 사실상 중단된 가운데 정재호 주중 대사는 조만간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일정 등을 감안하면 반년 이상 대중 외교 현장 사령탑이 공석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내년 경주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추진에도 여파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교 당국은 이런 우려와 관련해 이번 주 중 한·중 고위급 소통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김대기 전 실장은 지난 10월 주중 대사에 내정돼 중국 정부의 아그레망(주재국 동의)까지 받았지만 부임이 불투명해졌다. 특명 전권 대사는 본국 국가원수에게 신임장을 받은 뒤 이를 주재국 정상에게 제정해야 외교 활동을 할 수 있는데, 탄핵 여파로 이 절차 자체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는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총리가 이를 진행할 수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지낸 김 전 실장을 주요국 특임공관장(비외교관 출신 공관장)으로 임명 강행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시한부 대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김 전 실장이 부임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말도 나온다.
또 윤 대통령이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중국의 국내 간첩 활동 등을 거론한 것에 중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반발한 것도 고려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정재호 주중 대사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귀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정 대사는 후임이 오지 않더라도 귀국하겠다는 뜻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에 서울대 교수직에 복귀해 정년을 맞아야 한다는 이유라고 한다. 정 대사 귀국 시 주중 대사관은 정무공사가 대사 대리를 맡게 된다. 다만 주중 대사관 관계자는 “정 대사의 이임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지난 7월 이임한 싱하이밍 전 주한 중국 대사의 후임에는 다이빙(戴兵) 대사가 내정된 상태다. 다이 대사는 이번 주 중 부임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