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야당 정치인과 언론인, 민간인을 대상으로 무차별 통신자료 조회를 한 데 대해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측은 모두 침묵하고 있다. 이 후보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인 지난 2016년 본인과 측근들에 대한 통신자료 조회 사실을 공개하며 “국가기관의 전방위적 사찰·조작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던 것을 감안하면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수처가 야당 국회의원과 언론인 등에 대한 불법 통신 사찰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광온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2021.12.23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과 이 후보 선대위는 29일 공수처의 야당과 민간인 사찰 논란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청와대도 이 문제와 관련해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본지에 “박범계 법무장관 등 정부 입장과 다를 게 없다”며 “공수처가 위법한 일을 했으면 책임자를 처벌하고 질책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수처가 인력도 부족하고 경험도 없는 상황에서 수사 과정에서 조금 오버했을 수 있지만, 그런 (문제에) 책임을 져가면서 조직이 커나가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공수처의 ‘경험 부족’에 기인한 일로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한 민주당 법사위원은 본지 통화에서 “통신조회를 수사 필요성에 의해 한 것이라면 꼭 위법하다고 볼 일만은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이 후보 측의 이 같은 반응은 과거와 180도 달라진 것이다. 이 후보는 지난 2016년 7월 본인과 측근의 휴대전화 번호 14개에 대해 수사기관이 그해 4월부터 6월까지 총 51회에 걸쳐 통신자료를 조회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국가기관의 전방위적 사찰·조작·공작·감사·수사가 이어지고, 불법수단조차도 거리낌 없이 동원된다”며 “국정원의 조작 사찰은 전혀 낯설지 않다”고 했었다. 민주당은 그해 3월, 국정원과 검찰이 국회의원과 기자, 세월호 유가족 등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에 대해서도 “불법적인 대국민 사찰”이라고 맹비난했었다.

인권 변호사들이 모였다는 민변은 지난 2016년 정보·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제공요청에 법원의 통제가 없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민변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올라가지는 않았지만, 민변 산하 위원회별로 입장을 냈을 수는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