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손 잡은 이재명·이낙연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가 5일 광주광역시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가비전·국민통합위원회 비전회의에서 손을 잡고 만세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5일 탈모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과 관련해 “신체의 완전성이란 측면에서 탈모가 건강보험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청·장년층 남성들 사이에서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에 호응하는 여론이 형성되자, 이 후보가 직접 나서서 그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같은 날 이 후보는 일정 수준 이상 소득이 있는 노인에게도 노령연금을 삭감하지 않는 공약을 추가로 발표했고, 민주당은 지난해 여론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던 전(全) 국민 재난지원금을 ‘소비 쿠폰’으로 이름을 바꿔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 후보가 추진하는 방안을 모두 실현하려면 올해 607조 ‘수퍼 예산’ 외에 추가로 나랏빚을 내는 대규모 추경 편성과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는 이날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탈모약 건보 적용을 공약으로 검토하는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정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경계선을 어디까지로 정할지 등 문제에 대해서는 자세히 정책본부에서 검토 중”이라며 “이른 시일 안에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했다. 현재 탈모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1100억원대로, 이 가운데 건강보험으로 700억원가량(개인 부담률 10~30% 가정)을 부담할 수 있다는 것이 민주당 선대위 측 설명이다. 지난해 탈모증으로 진료받은 인원은 23만4780명에 이른다.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안’은 지난 2일 민주당 청년선거대책위원회가 2030세대로부터 제안을 받아 이 후보에게 건의한 안건이다. 그러자 탈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표에 미친 행동이지만, 내 표는 가져가라”는 지지 선언이 이어졌다.

앞서 이 후보는 낙태나 현대적인 피임 시술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또 난임 시술 지원 확대, 반려동물 진료비 표준수가제 도입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날도 이 후보는 노령연금 감액 제도를 손보겠다고 추가로 공약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급격한 고령화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탈모 치료 등에 추가적인 재정 지출이 이어진다면 건강보험 자체가 존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장을 지낸 이상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탈모 치료가 국민건강보험의 적용 대상이 되면 미용 성형, 피부과의 수많은 시술들도 같은 반열에서 급여화가 검토되어야 할 것”이라며 “경악할 일이자 건강보험 재정을 파탄 낼 포퓰리즘 정치”라고 했다.

이 후보의 각종 공약에 들어갈 돈을 마련하기 위해 민주당은 대선 직전인 2월 임시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말 그대로 ‘신년’ 추경이 되게 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지난해 여론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던 전(全) 국민 재난지원금도 ‘소비 쿠폰’으로 이름을 바꿔서 지급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는 이날 “기본적으로 전 국민이 다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전 국민에게 기회를 주는 게 좋겠다”며 “어차피 추경이란 것이 한 번 할지, 두 번 할지 알 수 없으니 급한 곳에 우선 하되 여력이 되는 대로 폭넓게 하자는 의견을 드린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국가 재정 역량도 한계가 있고 정부와 여당, 야당이 의견을 모아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저 혼자 일방적으로 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 후보는 지난해 11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공언했다가 국민 여론에 부딪혀 한 차례 이 결정을 철회했었다. 하지만 지난 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원하는 지원은 매출을 지원할 수 있는 지역 화폐 또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라는 이름의 소비 쿠폰”이라면서 다시 운을 띄웠다.

이 후보는 이날 호남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가구당 연 60만원 농업수당으로는 부족하다”며 ‘농민기본소득’ 보장을 주장했다. 또 “강남 GTX 하나 하면 지방에는 몇 개 할 수 있다”며 대규모 지역 SOC 사업 가능성도 시사했다.

야당은 재정 적자를 우려했다. 국민의힘 선대위 차승훈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포퓰리즘적인 ‘무차별 재정 확대’를 한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했다. 올해 국가 채무 전망치는 1064조4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추가로 추경 편성이 이뤄질 경우 국가 채무는 사상 처음으로 1100조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