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내 사찰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로 지칭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서울 마포구을)에 대한 불교계의 퇴출 요구가 거세다. 당사자인 정 의원을 비롯해 이재명 대통령 후보, 송영길 대표 등이 수 차례에 걸쳐 교계에 사과했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험악해진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급기야 청와대 유영민 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까지 중재를 위해 나섰지만, 불교계는 “퇴출 또는 탈당시켜라”며 뜻을 굽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여당은 성난 불심의 불똥이 이 후보에게 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 靑 유영민·이철희, 조계종 비공개 예방
유 비서실장과 이 수석, 방정균 시민사회수석은 6일 오전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비공개로 예방했다. 정 의원의 탈당을 요구하는 불교계의 불만이 가라앉지 않자 이를 수습하기 위해 청와대까지 나서서 중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원행스님은 “비서실장이 움직인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면서도 “특별한 안을 갖고 오지 않았다. 정청래 의원을 탈당하든 출당시키든 안을 가지고 오라는 뜻을 분명히 전했다”고 했다.
여당은 지난달 당 대표 직속에 ‘전통문화발전전특별위원회(위원장 김영배 의원)’를 만들어 조선왕조실록 ‘환지본처(還至本處·본래 자리로 돌아간다는 말)’ 결의안을 제출하는 등 화합과 화해의 메시지를 계속 냈다. 대선을 앞두고 성난 ‘불심’이 후보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후보도 11월엔 조계사를 찾아 총무원장인 원행스님을 예방했고, 12월에도 오대산 월정사를 비공개로 방문해 불교계 달래기에 나섰다. 배우자인 김혜경 여사 역시 전국의 사찰을 돌며 힘을 실었다.
◇ 스님 5000여명 상경해 “정청래 퇴출” 요구
하지만 “정청래 의원을 반드시 탈당 또는 출당 시키라”는 불교계의 불만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달부터 여의도 국회와 민주당사 일대에서는 거의 매일 같이 불자들의 항의 방문과 정 의원 퇴출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경북도당 등 지역 당사 사무실에서도 교계의 항의 방문과 집회가 끊이지 않는다.
또 오는 21일에는 문재인 정부 들어 두드러진 종교편향을 규탄하는 ‘전국승려대회’가 열린다. 봉행위 상임집행위원장인 삼혜스님은 최근 불교신문 인터뷰에서 “정청래 국회의원 불교왜곡 폄하 발언 이후 촉발된 현 정부와 공공기관 종교 편향 문제는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라고 했다.
교계는 ‘전국승려대회’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정 의원의 사퇴 등을 요구하는 한편 청와대와 여의도 민주당사 일대에서 차량 시위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 인원이 많게는 5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에서는 정 의원이 발언 초기 정치권과 교계 안팎의 사과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를 묵살해 시간을 지연 시킨 것이 사태 악화의 제1원인으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