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전 감사원장 페이스북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멸공’(滅共) 발언이 인스타그램에서 폭력·선동 등의 이유로 삭제된 후 일명 ‘달(달걀)·파·멸(멸치)·콩 챌린지’가 시작된 가운데, 멸공 표현을 비난하는 여권 인사들을 향해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표현의 자유’가 문제의 본질이라며 “번지수가 한참 틀린 것 같다”고 비판했다.

최 전 원장은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멸공’이란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그는 “제가 생각하는 이 문제의 본질은 멸공 그 자체가 아니다”라며 “멸공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인스타그램을 삭제해 버리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자의적이고도 과도한 제한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의문 제기이자 항의”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분은 ‘일베놀이 ‚뿌리가 어디인지 보여준다’라고도 하고, 어떤 분은 ‘암호를 풀었다’고도 하셨다”며 “번지수가 한참 틀리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혹시 표현의 자유보다는 ‘달파’, ‘멸공’이라는 단어가 먼저 눈에 들어와 화들짝 놀라셨기 때문일까?”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5일 정 부회장은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 #멸공”이라고 적은 게시물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했다. 이후 ‘폭력 및 선동에 관한 가이드라인 위반’이라는 이유로 인스타그램에 의해 해당 게시물은 삭제됐다. 이에 정 부회장은 “난 공산주의가 싫다” “이게 왜 폭력 선동이냐” 등의 게시글을 올렸다. 이후 6일 해당 게시글은 다시 복구됐다.

이에 대해 여권 인사들 사이에서 ‘멸공’ 표현에 대한 반발이 일며 해당 논란은 정치권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7일 트위터를 통해 “21세기 대한민국에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멸공’이란 글을 올리는 재벌 회장이 있다. 거의 윤석열 수준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경제인으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시길 당부드린다. 사실관계도 정확하지 않은 보도를 링크해서 중국을 자극하는 게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라고 적었다.

반면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8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 부회장을 응원한다”며 “그가 ‘멸공’을 하든 ‘친공’을 하든 관심이 없다. 그러나 권력의 눈치를 봐야 하는 한국 기업 풍토에서 소신을 가지고 자신의 의사 표시를 하는 용기에 대해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8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이마트 이수역점을 찾아 멸치와 콩을 사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했다. 이에 윤 후보가 정 부회장의 발언을 지지하기 위해 이런 게시물을 올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윤 후보는 “집에서 가까운 곳”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윤 후보에 이어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 최 전 원장 등도 멸치와 콩을 구매하고 식사하는 장면을 게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