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3월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 요구를 대거 수용해 선심성 정책을 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여당 후보가 발표한 공약이나 요구가 ‘당정 협의’란 채널을 거쳐 정부 공식 정책으로 변하는 식이다. 14일 발표된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와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300만원을 지원키로한 코로나 지원 추가경정예산안이 대표적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노골적인 매표용 돈 풀기 관권 선거”라고 했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제대로 된 피해 보상안을 즉각 만들자”고 역제안했다.
◇공약이 ‘당정 협의’ 거친 뒤 정책으로
당정은 이날 접경 지역인 경기도와 인천, 서울, 강원도 일대 군사시설 보호구역 905만3894㎡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3.1배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앞서 이재명 후보 직속 평화번영위원회가 발표한 ‘민통선 축소’ 공약의 후속 작업으로 해석됐다. 민주당은 지난달 17일 “과도하게 설정된 민통선을 축소하고 군사시설도 대폭 해제해 접경지 주민 삶의 터전을 넓히겠다”고 했다. 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이날 군사보호시설 해제와 관련 “경기, 인천, 강원의 해제 면적이 작년보다 대폭 확대됐다”고 했다. 수도권은 이번 대선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당정이 지난달 28일 결정한 쌀 시장 격리 조치(정부 매입)도 이 후보의 지속적인 요구가 받아들여진 사례로 꼽힌다. 이 후보는 지난해 11월 24일부터 6차례에 걸쳐 “농민들이 제값을 받아야 한다”며 쌀 초과 생산량에 대한 시장 격리 조치를 요구했었다. 정부가 지난달 올 3월까지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을 동결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요금 인상을 대선 이후로 미뤄 달라”는 당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반대하는 척하다 못 이긴 척 수용
여당이 요구하면 정부가 처음엔 반대하다 못 이긴 척 받아들이는 경우도 빈발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14조원 규모 추경안이 대표적이다. 이 후보는 올 들어 “25조~30조원 규모 추경을 설 전에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정 당국은 그동안 재정 건전성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초과 세수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강화할 방안을 강구하라”고 했고, 정부도 입장을 바꿨다. 민주당은 추경안을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2월 15일) 직전에 통과시킨다는 입장이다. 민주화 이후 치러진 7차례 대선에서 자영업자 계층에서 뒤지고 선거에서 이긴 사례는 한 번도 없다.
윤 후보는 이에 대해 “이런 식의 추경이면 아예 처음부터 제가 다시 제안하겠다”며 “자영업자 한 분당 300만원은 말도 안 되는 것이고 훨씬 큰 규모로 해야 한다”고 했다. 여당 마음대로 매표형 추경을 할 바에는 야당과 협의해 제대로 된 지원을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국민의힘은 설명했다.
정부가 이달 6일 발표한 세법 시행령 개정안에도 “불합리한 종합부동산세를 억울함이 없도록 개선하겠다”는 이 후보 부동산 공약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 수차례 당정 협의 후 정부는 시행령을 통해 ‘종부세율 산정 시 상속받은 주택의 경우 최대 3년까지 주택 수에서 제외시켜준다’고 했다.
◇청와대는 경제 자화자찬, 야당 비판엔 “정치권서 논의하라”
임서정 청와대 일자리 수석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재 고용 상황이) 통계상으로 굉장히 좋다”며 “(코로나 이전을 100으로 보면) 102% 수준을 달성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2월에 만들어진 일자리 숫자가 77만 개인데, 이 일자리는 모두 민간에서 나왔다”고 했다.
여기에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일각에서 명확한 근거 없이 방역 지침을 비과학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다른 대안을 제시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이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지난 9일 페이스북에 “비과학적 방역 패스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수석은 야당이 추경을 ‘선거용 매표’라고 비판한 데 대해서도 “여야가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